첨단산업 '눈' 뜨게할 반도체 새 지평…표준연, 'SWIR 센서'용 고품질 화합물 소재 개발

이상준 책임연구원(왼쪽)과 전병선 책임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InAsP 소재 제작 성장 조건들을 확인하고 있다.
이상준 책임연구원(왼쪽)과 전병선 책임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InAsP 소재 제작 성장 조건들을 확인하고 있다.
검출 대역·신뢰도↑…전투기 레이더·의약품 결함 검사 등 미래산업 분야 활용 기대

단파장 적외선(SWIR)은 연기·안개 등을 투과하고 물체 고유의 빛 스펙트럼을 탐지할 수 있어 자율주행 차량 카메라,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첨단산업 분야 '눈'으로 쓰인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SWIR 센서용 고품질 화합물 반도체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이호성)이 이같은 성과를 창출했다.

적외선 센서에서 빛(광신호)을 감지하고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은 반도체 소재가 수행한다. SWIR 센서에는 두 종류 이상 원소를 결합한 화합물 반도체가 사용된다. 가장 흔히 쓰이는 화합물 반도체 소재는 인듐-포스파이드(InP) 기판 위에 인듐-갈륨-아세나이드(InGaAs)를 광 흡수층으로 성장시킨 'InGaAs' 소재다. 하지만 InGaAs 소재는 제작 공정 중 격자 불일치(운소 격자 구조가 달라 생기는 오류)와 자체 물성 한계로 일정 성능 이상을 달성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InP 기판 위에 인듐-아세닉-포스파이드(InAsP)를 광 흡수층으로 성장시킨 InAsP 소재를 새롭게 개발했다. 기존 InGaAs 소재보다 상온에서 신호 대비 잡음이 낮아 신뢰도가 높고, 성능 저하 없이 광검출 가능한 대역도 1.7마이크로미터(㎛)에서 2.8㎛까지 넓어졌다.

기술 핵심은 격자 불일치를 완화하는 메타모픽(격자이완층)을 제작·도입한 것이다. 연구진은 두 박막(기판과 광 흡수층) 사이에 As와 P 비율을 단계적으로 조성한 메타모픽 구조를 삽입했다. 격자 변형을 크게 완화해 높은 품질은 유지하면서 밴드갭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상준 반도체디스플레이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화합물 반도체 소재는 국가 전략물자로 해외 수입이 쉽지 않아 독자적인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즉시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전투기용 레이더, 의약품 결함 검사,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정 등 미래산업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세대화합물반도체 핵심기술개발 사업 지원을 받았으며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에 2월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