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전쟁' 아워홈, 구본성 전 부회장 승리…구지은 체제 막 내려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경영권을 잃게 됐다. 31일 임시주총에서 장녀인 구미현 씨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사회가 모두 구 전 부회장 사람으로 채워졌다. 이로써 남매간 경영권 분쟁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오전 서울 마곡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제안한 구재모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해당 안건 통과로 아워홈 이사회는 장녀인 구미현씨와 구씨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 구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씨로 구성돼며 구 전 부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됐다.

앞선 주총에서 장남과 장녀가 손잡으면서 구미현 씨와 이영렬 교수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구지은 부회장 등을 포함한 사내이사 재신임 안건은 부결됐다.

이날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내든 '자사주 매입'건은 부결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임기를 다 채우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임기는 오는 6월 3일까지다. 지난 2021년 대표이사에 오른 지 3년만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장남·장녀 연합과 막내의 갈등 구도로 장남·장녀 연합이 표대결에서 이긴 것이다. 아워홈의 지분구조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동생들인 장녀 미현씨 19.28%, 차녀 명진 씨 19.6%, 막내 구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의 지분을 합치면 50%를 넘는다.

아워홈은 향후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구미현 씨가 점쳐지고 있다. 이사회 중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날 구미현씨는 동생들인 구지은 부회장과 명진씨에게 서한을 보내 본인이 대표이사에 오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구미현씨는 지금껏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

아워홈의 경영권이 매각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은 물밑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아워홈 경영권 매각 논의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에도 구본성 전 부회장은 구미현 씨에게 회사 지분을 동반 매각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1년 구 부회장을 비롯한 세 자매가 구본성 전 부회장을 아워홈에서 퇴출할 때 주총 의결권 통일을 골자로 주주간계약을 맺은 바 있기 때문이다. 구미현 씨가 구 전 부회장 편에 서면서 이 협약을 어기는 셈이 됐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썼던 구지은 부회장이 떠나게 되면서 아워홈은 사업동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구 부회장 체제에서 아워홈은 해외 사업과 푸드테크 관련 사업을 확장하며 실적 개선을 이뤘다. 지난해 아워홈은 매출 1조9834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다뤄진 4가지 안건(△자사주 매입 △사내이사 선임(구재모씨)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 선임) 중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인 구재모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감사 선임의 건이 가결됐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