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정 제어감시시스템 입찰담합 행위를 벌인 13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04억5900만원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삼성SDS가 발주한 총 334건의 반도체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관련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예정자,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13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반도체공정에서 사용되는 재료나 발생하는 부산물 중에는 누설될 경우 인체에 유해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물질들이 다수 포함됐다. 또한, 반도체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은 각기 다른 최적의 반응 조건을 가지기 때문에 온도 등 제조 환경의 미세한 변화도 반도체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제조를 위한 공장 내 최적 조건을 유지하고 근로자 안전을 확보하려면 '제어감시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입찰 최종 수요기관은 대부분 삼성전자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등의 위탁에 따라 공사, 제어판넬, 소프트웨어(SW) 입찰로 분리 발주한다. 이 사건 입찰 334건 중에 306건은 삼성전자의 국내·외 공장을 수요처로 하는 반도체공정 관련 입찰이고, 일부 수요기관은 삼성디스플레이나 다른 삼성 계열사다.
삼성SDS는 2015년 원가절감 차원에서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운영되던 제어감시시스템 조달 방식을 실질적인 경쟁입찰로 변경했다. 이를 계기로 협력업체들은 저가수주를 방지하고 새로운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해 담합행위를 시작했다.
협력업체들은 2015년 경 각사가 과거에 수의계약으로 수주받던 품목을 조달방식 변경 이후에도 계속 낙찰받기로 하고, 다른 업체들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가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각 품목별 낙찰예정자는 입찰 공고 후 전자우편, 카카오톡 등을 통해 들러리사에 투찰가격 및 견적서를 전달하고, 들러리사는 전달받은 가격대로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오행록 공정위 제조카르텔조사과장은 “이번 조치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제조와 관련해 장기간 이뤄진 담합을 적발·제재한 최초 사례”라면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위는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중간재 분야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시 엄정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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