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국가성장의 필수, 국제표준전략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본부장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본부장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부가가치 비중은 1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번째로 높다.

하지만 ICT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OECD 38개 회원국 중 28위다. 우리나라 ICT서비스 산업 경쟁력이 낮은 것은 글로벌 수준 서비스 플랫폼을 보유하지 않아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최근 네이버 라인사태는 단순히 기업 인수합병 차원을 넘어 인공지능(AI) 시대 플랫폼 주도권 확보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표준'이다.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플랫폼 표준을 장악한 자가 최후의 승리자'라는 말처럼 표준 전략은 플랫폼 전략 만큼 중요하다. 가령, 내가 어렵게 커다란 밥상을 마련했는데 다른 사람이 만든 그릇과 수저가 사용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ICT 표준은 민간 기업들이 시장에서 벌이는 기술표준 경쟁 시대를 지나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으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국가차원의 표준 선점 전략을 수립해 국가경쟁력 강화 의지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은 '미래 첨단기술 국가표준전략', 8월 중국은 '8+9 신산업 표준화 방안 2023~2025'를 천명했다. 일본도 동년 6월 '통합혁신전략 2023'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기술표준화 전략'과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5월 국가차원의 표준화 전략으로 마련하고 표준이 기술경쟁 핵심 수단이자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임을 설명한 바 있다.

이제 ICT를 포함한 첨단 기술분야 국제표준 선점은 굳이 표준특허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국가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이슈다. 때문에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반드시 표준화 전략과 연계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연구개발(R&D) 시 반드시 표준과 연계 가능한 전략적 포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만든 세계적인 기술이 국가표준은 물론 국제표준으로 제정시킴으로써 시장에서 살아남고 기업의 경쟁력,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AI안전연구소와 관련해 우리나라도 연내 설립을 결정했다.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안전한 AI 활용을 위한 표준 규격을 만드는 것이 우선시 되고 있다. 우리가 만든 안전한 AI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도록 만들어 세계적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첨단 ICT 분야에 있어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표준화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필자의 연구원은 전략적인 표준화 강화 차원에서 △국제표준화 선도전략 △국제표준화기구 리더십 강화전략 △영향력 있는 국제표준기술 발굴 등을 추진 중이다. 영향력 있는 표준기술은 단순 성과가 아닌 실질적인 산업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제표준기술 발굴을 위해 표준특허, 핵심기술, 산업체 기술이전, 경제성 분석 등 입체적인 검토를 포함하고 있다.

AI, 반도체, 바이오, 녹색기술, 양자 등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심화되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은 이제 국가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과 표준 선점은 이 시대에 가장 우선시돼야 할 국가 책무다. 지금은 ICT를 포함한 첨단 미래기술의 글로벌 표준 주도권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다.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본부장 syl@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