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보이스피싱 잡는다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식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식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봉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통화와 동시에 보이스피싱 여부를 탐지하는 길이 열린다. SK텔레콤이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온디바이스 AI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앞서 4월 과기정통부, 금융위, 금감원, 통신·금융협회가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협력 강화에 뜻을 모은 데 이어 이번 협약으로 개보위, 국과수, KISA까지 보이스피싱 대응 협력 체계에 합류했다.

이번 협약 핵심은 실제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활용해 AI 탐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자체 보유한 통화 데이터를 보이스피싱 예방 AI를 개발하는 민간기업에 제공한다.

해당 데이터를 이관 받는 민간기업으로는 SK텔레콤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SK텔레콤은 그간 금감원, 국과수가 보유한 보이스피싱 통화데이터를 요청해왔다.

관계기관은 논의 끝에 국과수가 약 2만1000건 통화데이터를 텍스트로 변환한 후, 개보위·KISA 자문을 받아 민감한 정보를 비식별처리해 SK텔레콤에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관계기관은 이달 중 비식별처리를 완료해 SK텔레콤에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통화 문맥을 토대로 보이스피싱 의심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해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림을 주는 기능 등을 개발한다. 특히 통화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단말기 안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한다.

이밖에도 국과수, 금감원은 과학수사 지원 목적으로 받은 보이스피싱 통화 음성데이터를 민간기업에 제공하는 공유체계를 구축한다. 관계기관은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와 정보보안 체계를 갖춘 민간기업에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적극 개방할 예정이다.

개보위와 KISA는 이와 관련한 '개인정보보호법'상 쟁점에 대해 법령해석, 실증특례 등 규제개선 방안 등을 검토한다. 또 가명정보 활용 종합컨설팅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데이터 가명처리, 안전조치 이행 과정 등을 돕는다.

개보위, 과기정통부, 금융위는 통신·금융업계 협력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 AI 기술·서비스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개보위 '사전적정성 검토제'도 활용한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대응 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지원하며, 개보위는 연구 과정 중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규제 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필요 시 실증특례를 추진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 동안 피해자로부터 신고된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가 사후 수사 목적으로만 활용되었으나, 앞으로는 사전 예방을 위한 AI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민생범죄 예방을 위한 기술개발을 위해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적극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