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출범과 동시에 원 구성 협상을 놓고 연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법사위·운영위원장 배분을 놓고 법과 관례를 각각 주장하며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법정시한인 7일을 지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또 다시 협치·합의 정신이 무시되는 국회가 재연될 가능성에 정치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 자리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이 정한 시한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확과한 입장”이라며 “국회법과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내는 것이 총선민심과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는 법률대로 계속 진행해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민주당은 원 구성 법정시한인 7일 야권 단독으로라도 원 구성 안건을 표결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이 아닌 관례대로 여당이 법사위와 운영위를 맡아야 한다고 맞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와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1당 국회의장, 2당 법사위원장'이라는 원구성 관례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상 이런 일이 없다. 민주당은 국회법 정신과 관례를 무시하며 의회 독재를 꿈꾸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싶다면, 의장은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 그것이 순리”라며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미 민주당이 우원식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한 상황인 만큼 국민의힘의 플랜B가 실현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국민의힘이 18개 상임위를 모두 민주당에 내주면 22대 국회에서 야당의 입법 독주를 막을 대응책은 사실상 없다. 특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특검법 등이 무더기로 재발의될 예정이라 부담이 커진다. 이에 추 원내대표도 끝까지 야당과 위원장 사수에 사활을 걸고 예상된다.
개원과 동시에 '특검법 정국'도 장기화될 조짐이다.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김건희 여사를 겨눈 특검법, 조국혁신당의 '한동훈 특검법'까지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여권에서는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인도 방문과 관련된 특검도 추진한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의후들에 대한 진상조사, 실체 규명을 위해 그간에 제기된 의혹들을 총망라하고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들도 수사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공동 발의자로 참여할 의원들의 서명에도 나섰다. 이날 민주당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방탄용 물타기 특검'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정숙 특검법을 당 차원에서 논의할지 여부를 두고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당론으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아직 당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