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시행하는 가운데 세부 내용을 놓고 데이터센터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는 지방재정 기여도, 지역사회 수용성 등 전력계통과 관계가 적은 비기술적 평가항목이 대거 포함되면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달 말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이달 중순까지 업계 의견을 청취한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는 지난해 6월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포함된 제도로 신규 대규모 전력소비시설 전력계통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력을 대량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제도가 시행되면 사업자 등이 10메가와트 이상 규모 데이터센터를 신규 짓고자 할때 평가를 거쳐 총점 70점 이상(100점 총점)을 받아야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대상으로 상정될 수 있다.
업계는 공개된 평가 항목 가운데 비기술적 평가항목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비기술적 평가는 △지역사회 수용성(6점) △사업 안정성(7점) △지방재정기여도(6점) △부가가치 유발 효과(6점) △직접고용 효과(6점) △지역낙후도(5점) △전력자립도(4점) 등 7개 항목 총 40점 배점이 부여됐다.
세부적으로 지역사회 수용성의 경우 '해당 사업지역 소재 광역 지방자치단체 동의가 포함된 공문이 확보된 경우' 등 지역사회 공문과 해당 사업이 지자체 중기지방재정계획서 등 문서에 포함돼야만 6점 배점을 확보한다.
배점 편차도 크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 부문은 파생되는 부가가치가 2000억원 이상이어야 6점 만점을 획득, 1000억원 이상~2000억원 미만일 경우 3점으로 깎이며, 1000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0점이다.
직접고용 효과 부문은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항목이다. 직접고용이 300명 이상 발생해야 6점 만점을 받지만 100명 미만일 경우에는 0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아 직접고용은 미미하고 대신 특화단지 조성 통한 지원 등 간접 고용을 통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초대형 데이터센터도 300명 이상 직접 고용은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술적 항목 점수가 60점이기 때문에 10여점 이상만 획득하면 심의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비기술적 평가항목은 사실상 가점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지역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한 항목으로 전력계통과 전혀 무관하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술 항목 가운데 '자가 발전 운전 계획'은 자가 발전 용량이 계약전력의 50%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는데 풍력, 태양광 등 지역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음에도 이 조항 때문에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등 정책과 배치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외도 전력공급 여유 배점 확보 등 현실적으로 만점이나 고점을 받기 어려운 기술 항목이 많아 비기술적 평가항목이 가점이 아니라 필히 점수를 확보해야하는 반대 조항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는 업계 의견 수렴 청취 후 필요 시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합리적 논의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