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연이어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8세대 OLED는 아직 상용화된 적 없는, 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OLED 양산 기술로 중국이 존재감을 드러낼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최근 잇따라 8.6세대 OLED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BOE가 630억위안(약 11조93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중국 내 첫 테이프를 끊은 데 이어, 최근에는 비전옥스가 투자를 확정했다.
비전옥스는 지난달 말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 정부와 550억위안(약 10조4500억원) 규모 8.6세대(2290㎜×2620㎜) OLED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허페이시 신잔 하이테크 산업 개발구에 유리원장 기준 월 3만2000장을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투자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비전옥스에 이어 티얀마도 8세대 투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사정에 밝은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티얀마도 연내 8.6세대 투자를 확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으로 안다”며 “부지를 비롯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세대는 유리원장의 크기를 뜻한다. 세대 숫자가 올라갈 수록 크기도 점점 더 커진다. 유리원장이 커지면 하나의 원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패널 수가 늘어나는 면취효율이 개선돼 패널 가격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8.6세대 생산기술은 양산성 차원에서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14.3인치 태블릿 기준, 6세대 설비는 라인 1개에서 연간 450만대를 만들 수 있지만 8.6세대 설비로는 100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가장 먼저 8.6세대 투자에 나선 곳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OLED 시장을 노트북, 모니터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 더 큰 패널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8.6세대 투자를 결정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역시 이 기회를 노리고 8세대 투자에 가세한 것인데, 액정표시장치(LCD)처럼 중소형 OLED도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월 1만5000장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BOE와 비전옥스는 각각 월 3만2000장 규모를 갖출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생산 능력이 산술적으로 4배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관심은 LG디스플레이에 쏠린다. 중국 업체들이 8.6세대 투자에 속속 나서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아직 결정하지 않아서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적으로 8.6세대 준비를 마쳤지만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8.6세대 경쟁 심화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쟁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투자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8.6세대 OLED가 정보기술(IT)용 패널을 대상으로 공급을 시작하지만 점차 중소형 OLED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서두르는 만큼 LG디스플레이 투자가 늦어질수록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 돼 투자에 나서야 하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