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대규모 국가재정 투자 전 사전타당성을 검증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16년만에 전격 폐지된다. 예타 폐지에 따른 R&D의 기획성 및 재정 건전성 하락 가능성에 대해선 별도 보완절차를 통해 신속하면서도 내실있는 R&D 추진 동력을 확보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는 '대형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제8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최종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2008년부터 운영된 R&D 분야 예타 제도는 신속성과 창의·도전성이 요구되는 R&D 특수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연구 현장으로부터 제도의 근본적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지난 4월 열린 제6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는 연구자들이 예타 전면 폐지를 건의, 이후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R&D 분야 예타 폐지 방침이 확정됐다.
이번 혁신방안은 R&D 분야 예타 폐지에 따른 후속조치로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을 위한 별도 보완 절차 실행 방안을 담고 있다.
우선 1000억원 미만의 모든 신규 R&D 사업은 일반적인 예산편성 과정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 이 경우 500억~1000억원 규모의 신규사업 착수는 예타 폐지 전보다 약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1000억원 이상의 기초·원천연구, 국제공동연구 등 연구형 R&D 사업은 짧은 예산 심의 기간 중 심도 있는 검토가 어려운 점을 감안, 예산요구 전년도 10월에 사업추진계획을 미리 제출받아 민간 전문가 중심의 사전 전문검토를 실시한다.
이는 기존 예타 제도와 같은 신규 R&D 사업의 당락 결정이 아닌 기획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전문 검토 결과는 이듬해 3월에 각 부처로 통보되며, 각 부처는 이를 바탕으로 기획을 보완해 차년도 예산을 요구하는 구조다.
1000억원 이상의 연구장비 도입이나 체계개발사업 등은 사업 유형과 관리 난이도에 따라 차별화된 절차를 적용하는 맞춤형 심사제도가 도입된다. 별도 기술개발이 필요 없고, 사업 관리도가 낮은 단순 연구장비 도입사업 등은 필요성이나 활용계획을 중심으로 사업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기술개발이 수반되며 사업관리 난이도가 높은 입자 가속기 등 대형 연구시설구축, 위성·발사체 등 체계개발사업은 추진 필요성 검토를 통해 구축 여부를 결정하는 '기본계획심사'와 사업 준비 정도 검토를 통해 사업착수 여부 및 예산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추진계획심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이와 함께 연구시설구축 또는 체계개발에 필요한 선행기술개발은 기본계획 수립 전 별도 연구형 R&D로 분류해 먼저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들 검토·심사 결과는 예산요구 전인 3월에 통보된다. 각 부처는 4월 말까지 모든 R&D 사업을 지출 한도 내에서 부처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해 차년도 예산요구를 해 부처 책임성을 높였다.
또 매년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기재부의 예산심의 단계에서도 사업수행 건전성을 지속 점검·관리해 문제 사업은 종료시키는 등 사후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R&D 예타 폐지가 실제 적용되려면 국가재정법 개정이 선행돼야 해 국회의 초당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 전까지는 기존 예타보다 단축된 패스트 트랙, 혁신·도전형 R&D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범위 확대 등을 통해 R&D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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