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클라우드 시장이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다. 2023년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Azure) 클라우드 플랫폼은 AI 서비스를 포함해 매출이 30% 증가해 회사의 전체 매출을 62억달러로 18% 상승시켰다.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GCP 역시 2023년 3분기에 전년 대비 매출이 6억8600만달러에서 8억4100만달러로 주목할 만한 증가를 보인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 KT 등 토종 클라우드 기업들이 생성형 AI의 확산과 공공 클라우드 전환 덕에 올해 1분기에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정부에서도 광주에 국가AI데이터센터를 설립해 국내 AI기업, 공공기관, 대학 등에 740건 이상의 과제를 무상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AI의 열풍이 인프라에 대한 폭발적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라 하겠다.
하지만,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점유율이 30%대를 차지하고 있고, MS 에저와 구글 GCP의 점유율 또한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AI 산업의 규모가 확대될수록 클라우드 사용료는 더 많이 외국으로 흘러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마디로 재주는 AI가 넘고 돈은 클라우드가 번다는 우스갯소리가 이제는 가볍게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클라우드의 발목을 잡는 에너지 문제
한편, 이러한 외국계 클라우드 서비스와의 힘겨운 싸움 외에도 국내 클라우드 업계의 시장 확보에는 또 다른 큰 걸림돌이 존재한다. 바로 에너지 문제다.
AI 연구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계산량은 AI 데이터 센터로 하여금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게 해 원가 상승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구글과 버클리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1750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GPT-3 모델을 학습하는 데에 약 1287 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이 소모되며, 콜롬비아 클라이밋 스쿨(Columbia Climate School)에 따르면 이는 약 552톤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으로, 평균적인 휘발유 차량 112대가 1년 동안 운행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 현재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엔비디아 GPU의 최대 전력소모량은 이미 1000W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사무용 PC에 사용되는 인텔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이 약 100W 내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큰 전력 소모량이며, 수천개의 GPU를 집적한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량은 엄청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저전력 AI 반도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는 주로 AI 모델의 추론 시점에 사용되기 때문에 학습과 추론을 모두 지원해야하는 AI 데이터 센터에는 GPU를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AI 수요가 줄지 않는 한 전력소모의 상승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그린(Green) AI 클라우드
이와 같은 예측은 아무리 고도화된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탑재해 서비스하는 AI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비용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AI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AI 모델의 고도화에만 시선을 고정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문제까지도 동시에 해결해 나가는 균형 잡힌 전략, 이른바 '그린 AI 클라우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그린 AI 클라우드에 해당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2020년에 AI를 활용해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사용 최적화 프로젝트를 실시해 에너지 사용량을 30%가량 절감했다. MS는 203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에저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AWS도 2025년까지 모든 인프라를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할 계획을 세운바 있다.
각국은 데이터 센터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에 '데이터 센터의 탄소중립 로드맵 2030'을 발표해 데이터 센터가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도록 요구함과 동시에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데이터 센터를 포함한 광범위한 산업에 재생 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도 '206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는 특히 이러한 정책의 중점 대상으로 되어 있다.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은 2023년 기준으로 시장 규모가 약 3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두 배로 성장했다. 특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SaaS의 확산으로 클라우드 활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의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AI를 적극 접목하고 미래의 격전지가 될 그린 AI 클라우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국가적인 육성정책을 마련해야
이제 우리나라도 그린 AI 클라우드를 위한 명확한 국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AI 데이터 센터 및 AI 연구 시설의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기준을 설정해 기존 시설의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시설의 설계에서 고에너지 효율을 달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산학연을 한 팀으로 묶는 실효성 있는 연구개발(R&D)을 확대해 이른바 에너지를 생각하는 클라우드 기술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에너지 소모를 고려한 딥러닝 기술, 저전력 AI 반도체 기술 등은 물론 에너지 고효율의 AI 데이터 센터 설계 및 구축 관리 기술, 지능형 복합 냉각 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AI 데이터 센터를 위한 전력 공급 체계를 다각화해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과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환경영향도 최소화하는 다부처 차원의 연계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신재생 에너지뿐만 아니라 현재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혁신형 소형원자로(i-SMR) 프로젝트와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 만 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린 AI 클라우드는 본질적으로 AI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그린 AI 클라우드는 AI 기술, 클라우드 기술, 에너지 기술 등이 융합된 종합 기술로서 향후 AI 산업의 생존을 위한 격전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를 국부의 원천으로 포지셔닝하고, 정부의 발표대로 AI G3를 목표로 한다면 미래 AI의 플레이그라운드가 될 그린 AI 클라우드의 주도권을 선점해야 할 것이다.
물론 데이터, AI, 에너지 등 관련 정책이 산재해 있고 관계 부처도 다양하여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그린 AI 클라우드 전략을 수립하고 기술선점과 산업육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이제 그린 AI 클라우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필수 과제로 인식되어지길 기대한다.
김두현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doohyun@konkuk.ac.kr
〈필자〉 KAIST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ETRI에서 책임연구원 근무 후, 2004년부터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위 ICT융합전문위 위원장, 한국정보과학회 학회장, 한중일 공개SW활성화포럼 운영위원, 건국대 공과대학 학장 및 정보통신처장 등을 역임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 민간전문가(CP)를 역임하며 딥뷰, PaaS-TA 등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분야 대형 국가 R&D 프로젝트를 기획 론칭한 바 있다. 현재 신SW상품대상 선정위원장, AI전략최고위협의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