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들어 또 다시 모태펀드와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통합론이 등장했다. 중복되는 펀드 운용 업무를 합쳐 정부 출자사업 효율성을 높이자는 차원이다. 농식품모태펀드 이관이 내년 초로 한시 유예된 가운데 통합 논의가 진전될지 주목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모태펀드 운용 개선을 중소·벤처분야 입법·정책 현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벤처투자모태조합 외에 농식품투자모태조합을 별도로 결성·운영하고 있어 출자계정이 비효율적으로 관리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4년 전 21대 국회 출범 당시에도 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투자재원을 공급하는 모태펀드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국토교통부 등 13개 부처·공공기관이 출자자로 참여한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기관을 맡아 자펀드 출자 형태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모태펀드 규모는 8조8900여억원에 달한다.
반면 농식품분야는 2010년부터 농식품모태펀드를 따로 결성해 운용 중이다. 농업정책금융보험원이 출자사업을 관리한다. 농식품모태펀드 운영 규모는 약 2조원이다. 재정 출자와 펀드 결성 방식이 유사한 만큼 관리기관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입법조사처 논리다.
두 펀드 통합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제기됐다. 정부는 2011년 9월 재정관리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정책펀드 운용 효율화를 위해 모태펀드 재정 출자 일원화를 결정했다. 2015년에도 모태펀드 관리기관 단일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때마다 경영체의 영세성, 높은 투자위험, 회수 시점 장기화 등 농수산 분야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농금원과 농업계 반대에 부딪혔다. 중기부 입장에서도 이미 19개 출자계정을 관리하는 만큼 무리하면서까지 통합을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모태펀드가 태생한 지 이미 10년이 넘어 특화된 벤처캐피털(VC)이 자리잡았다”면서 “모태펀드로 일원화되면 농식품 분야 투자가 축소될 수 있는 만큼 VC업계도 반기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해 입법조사처 역시 “농식품모태조합 특수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벤처투자모태조합으로 출자계정 통합 여부와 운용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통합 논의는 2022년 말이 마지막이다. 기획재정부가 2022년 7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농식품모태펀드 업무를 한국벤처투자로 이관하기로 했다가, 그해 12월 이관 판단을 2년 유예했다. 내년 초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시 논의해야 한다. 농림부는 한국벤처투자 이사회 참여보장·농식품 계정 별도 신설 등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여전히 이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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