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 재보험 거래 적자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재보험 의존도가 커지면서 출재 손익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책임의 전부나 일정 부분을 다른 보험사에 넘기고 받는 계약이다. 보험사를 위한 보험으로 타 보험사 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출재, 다른 회사로부터 받는 재보험을 수재라고 말한다.
6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재보험사 코리안리를 제외한 주요 손보사 10개사(삼성·DB·현대·메리츠·KB·롯데·농협·한화·흥국·MG) 재보험 적자가 760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년간 해당 회사들의 적자 규모가 1조528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3달 만에 작년 총액의 절반에 근접한 상태다.
회사별로는 DB손해보험 적자가 1884억원으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어서 △KB손해보험 -1618억원 △현대해상 -1366억원 △메리츠화재 -866억원 △삼성화재 -785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손보사 10곳 중 흑자를 기록한 회사는 농협손해보험(16억원)이 유일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해외 재보험 의존도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손보사들의 출재보험서비스비용은 1조원에 달했는데, 수재보험수익은 2598억원에 불과했다. 7500억원 가량이 국내서 소화가 안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한 재보험사 관계자는 “한국엔 코리안리 외 전업 재보험사가 없을뿐더러, 일반 손보사에선 위험 때문에 재보험 수재 수요가 적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환위험과 국부유출 등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지만 해외 의존도가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재보험 출재로 발생하는 비용은 국내 가입자 보험료로부터 나온다. 이에 금융위원회도 조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오랜 기간 답보 상태다. 지난 2018년 금융위는 재보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일반보험 최소보유 한도를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재보험을 해외에 출재하기보단 국내에서 소화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험업법상 일반보험 최소보유 한도는 그대로 10%에 머물러 있다.
한 국내 보험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규모 차이가 있어 최소보유 비율 조정이 어려운 면이 있다”며 “소형사에게 심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단계적으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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