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상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의 눈이 전력 시장으로 모이고 있다. 빅테크 기업 주도로 AI 대중화가 현실화할 예정인 만큼,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AI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전력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 국내 전력인프라주로 꼽히는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초 주가가 8만원대에서 5월말 3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효성중공업(15만7700원-〉44만2000원), LS일렉트릭(7만3300원-〉21만3500원)도 각 180%, 191% 이상 증가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전력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향후 전력 수요 확대 바람이 도래할 것”이라며 “엔비디아 다음으로 AI의 식량이라 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는 '전력 먹는 하마'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챗GPT 등 초거대 AI모델을 훈련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량은 1287메가와트시(MWh)로, 이는 국내 460여가구가 1년간 쓰는 전력 소비량이다.
월가도 전력 관련주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의 닐 칼튼 애널리스트는 AI, 제조업, 전력망 구축 등으로 향후 몇 년간 미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비교적 평탄하게 유지됐던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2.6%씩 증가해 2050년엔 지난해 대비 80%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AI 확산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애플은 'AI아이폰'을, 아마존은 'AI 비서 알렉사 플러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3분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화형 AI 서비스인 'AI 휴먼 페르소'를 내놓는다.
전력 산업은 성장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따라 전력망 현대화 계획을 밝힌 가운데, 대규모 기반 시설 교체 수요 영향까지 더해지며 업계에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5년 만에 도래한 전력 산업의 확장 사이클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사이클에는 교체 수요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신재생 에너지 등 신규 수요가 함께 반영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