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정부 정보시스템 3~4등급 통폐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자체, 정부부처가 반발하고 있다. 통폐합 계획 보고 기간이 촉박한 데다 통폐합 시스템의 평가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일괄적 정보시스템 통폐합, 평가 문제 등을 지적하며 행안부에 통폐합 계획 개선사항을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외 다른 지자체, 중앙부처도 행안부에 의견을 개진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행안부 등 14개 기관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민간 전문가 의견을 수렴, 과도하게 많은 정부시스템을 통폐합하고 1·2등급 정보시스템에 예산을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5월 1일에는 국민 이용이 낮고 성과가 저조한 3등급 이하 정보시스템을 2026년까지 점진적으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각 정부부처와 지자체 등은 행안부의 이 같은 행보가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5월 7일 각 지자체, 정부기관, 공공기관에 '전자정부 성과관리 수준진단 평가 지침'을 내리면서 5월 말까지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정보시스템 평가와 통폐합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통폐합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폐기 대상으로 관리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전국 공공기관에 있는 1만8212개 정보시스템에서 83%인 1만 5067개가 3~4등급이다. 한달만에 약 1만5000여개의 정보시스템 통폐합 계획을 추진을 강행하자 반발이 일었다. 행안부는 기간을 오는 6월 9일로 연장했지만 여전히 시간이 촉박하다.
서울시는 모든 3~4 등급 시스템을 불필요한 정부시스템으로 규정하고, 획일적인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불합리한 정책이라 지적했다. 시민 불편과 행정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4등급 정보시스템 통폐합 예외 기준도 매우 협소하다. 기관대표 대민서비스 1개, 기관 대표 내부업무용 정보시스템 1개, 시스템 모니터링, 기반시설 관리 등 시스템만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지자체 행정 규모에 상관없이 통폐합 예외 정보시스템 수가 같다.
행안부가 제시한 예외기준에 맞추면 서울시의 경우 약 90%의 대시민 정보시스템이 모두 통폐합 대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최초 발표처럼 점진적인 통폐합이 아니라 통폐합 보고서 자체가 평가 항목에 들어가 있는데다 기준도 모호하고 가이드라인도 부재하다”면서 “서울시는 현실적인 시간 부족으로 행안부가 연기한 일정까지 통폐합 검토안을 제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아직 정보시스템 통폐합을 본격 추진한 것이 아닌 만큼 기관별 계획서를 받아 통폐합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