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출연했던 '서복'과 마찬가지로, 내 스스로 추구해야할 가치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 정서적인 작품” 배우 박보검이 파격적인 1인2역 연기를 감행한 스크린 복귀작 '원더랜드'의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원더랜드'(6월5일 개봉)에 출연한 배우 박보검과 만났다. '원더랜드'(제작 영화사 봄)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소중한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보검은 극 중 로맨스코드의 남주인공 태주 역으로 분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무기력함의 현실인간과 특유의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AI인간, 대비된 두 호흡의 1인2역 연기는 기존 박보검 필모그래피의 융합과 같은 인상과 함께, 작품의 현실적인 몰입감을 이끌었다.
또한 티저공개 후 화제가 됐던 우주선 듀엣신부터 현실적인 무기력감 연기 등 박보검스러우면서도 박보검스럽지 않은 장면호흡들은 자신만의 연기폭을 넓혀가는 그의 자연스러운 발걸음과 함께,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다양한 시선들을 이미지적으로 표현하는 듯한 인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봉소감?
▲오랫동안 기다린 작품이 마침내 개봉돼 기쁘다. 최대 4년 전쯤의 풋풋한 분위기와 함께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운 사람을 AI로 복윈시키는 이야기가 단순한 흥미에서 현실적인 고민으로 발전된 시기, 많은 분들께 좋은 메시지로 다가갔으면 한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의 소회?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을 영상통화로 만난다는 소재가 흥미로웠고, 이것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이 슬픔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것이 궁금했다.
그와 함께, 작품 속에서 비쳐지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저 자신에게는 물론, 대중에게 잘 전달됐으면 싶었다.
-AI 태주 vs. 현실 태주, 각각의 연기는?
▲AI 태주는 행복한 순간들의 기록들로 구현된 인물이기에, 활동적이면서 밝은 인상적인 인간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또 현실 태주는 '좀 이상하게 보였으면 한다'라는 감독님의 지시와 함께, 인지부조화 상태에서 과거의 자신을 전해듣고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독특한 인물로 설정했다.
솔직히 반응이 느린 어린 아이같은 모습에 스스로도 이 연기가 맞나 싶을 때가 있었지만, AI와 현실 각각의 포인트와 그 안에서의 괴리되는 면을 조명하는 데는 충분하다 느껴졌다.
-AI태주와 현실태주가 맞닥뜨리는 장면이 있다. 그때 몰입했던 감정?
▲처음 정인이 자신을 향해 플러팅을 날리는 사람 앞에서 AI태주에게 묻는 장면이 있다.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모습이 보여지는 이상적인 관계다.
그렇게 이상할 정도로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의 만남은, AI가 나인지, 현실적인 내가 진짜인지 존재확신이 불분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인인 정인을 향한 지향점이 공통적인 인물속성상, 새로운 면모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정인과 태주가 입장이 바뀌었다면?
▲정인 역의 수지 씨가 대본내용을 기초로 쓴 '원더랜드' 신청서를 보고서 떠올려 봤는데, 저는 신청하지 않았을 거 같지만 이해는 된다.
현재는 물론 그러한 상황이 됐더라도 옆에 있는 사람을 아끼며 지켰을 것 같다.
-정인 역 수지와의 호흡은 어땠나?
▲많은 소통과 함께 촬영했다. 시나리오 상에서 묘사되지 않은 고교시절 이야기부터 어떻게 표현할까 함께 고민하고, 영화흐름에 맞게 함께 사진을 찍고 게재했다.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캐릭터를 향한 애정으로 대본 이상의 것을 표현하는 수지의 다양한 모습과 소통력이 좋게 느껴졌다.
-작품 속 장면은 물론 최근 '더 시즌즈' 출연과 함께 수지와의 듀엣무대를 가졌다. 소회는?
▲'Something Stupid'와 'Remember Me' 등 작품의 결과 어울리는 곡들을 택해 호흡했다. 정인-태주 사이의 분위기들을 잘 묘사하는 곡 분위기와 함께 호흡이 잘 맞는다 느껴져서 기뻤다.
-'원더랜드'가 본인에게도 위로가 됐나?
▲시나리오 때부터 마음에 남았다. 처음에는 '원더랜드' 서비스가 진짜 있다면 신청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참을 것 같다.
저처럼 과몰입할 듯한 사람도, 건강하게 활용할 사람에게도 정서적 공허함들이 남아있는 장면들을 보면, 사람이 떠난 자리가 기술로 채워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전에 출연했던 '서복'과 마찬가지로, 내 스스로 추구해야할 가치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 정서적인 작품이라 뜻깊었다.
-박보검을 AI화 했을 때, 꼭 유지했으면 하는 점은?
▲감수성, 공감능력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기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감정을 교류하면서 느끼는 생동감이 크다.
-태주 외 눈여겨본 캐릭터는?
▲(최)우식 형의 현수, 탕준상 배우의 진수 등을 관심있게 봤다. 웃음이 날랑말랑한 포인트를 직접 전하는 모습과 함께 작품 내 다른 인물들의 감각들이 궁금했다.
-차기작 방향?
▲군 전역 직후 뮤지컬 '렛미플라이' 출연을 했고, 최근 드라마 '굿보이' 속 전직 복싱선수 캐릭터로 첫 액션연기를 준비중이다. 이처럼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두고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제가 공감하지 못하면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제가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 것들을 느끼고 도전폭을 넓혀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의 박보검은?
▲대외적으로 비쳐지지 않은 곳에서도 바쁘게 활동해왔는데, 그러한 결과물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자, 자신있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을 거듭 해내는 배우로서 계속 걸어나가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