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제조사인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최대 10기가와트시(GWh)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약 1조원 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아프리카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건 처음이다.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남아공 기업인 아시메(ASIME)·코엔지니어링(CoEng)과 배터리 공장 건설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600만달러(약 82억원) 규모 타당성 검토 계약을 맺었다고 9일 밝혔다. 타당성 검토를 통해 남아공 배터리 공장 부지와 규모, 정확한 투자 비용 등을 확정한다.
회사는 현지 리튬이온배터리 수요를 감안할 때, 연간 생산 능력이 8~10GWh 수준인 공장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1GWh 규모 공장 건설에 1000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최대 1조원의 투자비가 필요할 전망이다.
투자사인 아시메와 남아공 정부가 자금을 공동 조달하고, 코엔지니어링이 공장 건설과 인프라 구축을 담당한다. 배터리 생산라인에는 에너테크인터내셔널 기술이 활용된다. 유식정 에너테크인터내셔널 최고제품책임자(CPO) 상무는 “자금 조달과 공장 건설 이외 부분에서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된다”고 설명했다.
약 1년이 소요되는 타당성 검토가 내년 마무리되면 하반기쯤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는 2027년 공장 완공 이후 가동을 시작, 배터리를 양산하는 게 목표다.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이 남아공 파트너사와 협력해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건 현지 전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남아공 전력공사인 에스콤의 전력 생산량은 2만4700메가와트(MW)이지만, 수요는 3만1400MW 수준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최악의 전력난으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에 남아공은 ESS용 배터리를 생산, 전력 부족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아공 정부가 배터리 공장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에스콤도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은 국내 기업 최초로 아프리카에 배터리 생산 라인을 설립하는 기업이 될 전망이다. 회사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칼리닌그라드에 연간 생산 능력이 각각 4GWh인 배터리 공장 2곳을 건설하고 있는데, 남아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국내 충주에서는 500메가와트시(M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 상무는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은 설비 대부분을 우리나라 업체에서 조달하고 있어 현지 공장 건설이 국내 기업의 남아공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의 도전이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