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토큰증권(S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3년 토큰증권 총발행액은 976억엔으로 2022년 대비 5.8배, 토큰증권 발행이 본격 시작된 2021년보다는 10배 이상 급증세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에 의하면 최근 세계 토큰증권 발행의 약 60~70%가 아시아에 이뤄지고 있고, 대표국 중 하나가 일본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급성장세인가. 전문가들은 첫째, 디지털화에 뒤처진 일본이지만, 토큰증권에 관해선 일찌감치 전향적인 법 개정으로 新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점을 꼽는다. 예컨대 2000년 5월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할 때, 부동산 및 재산권과 같은 비정형 증권(비금전신탁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뿐만 아니라, 주식·채권 등 전통적 정형 증권도 토큰증권의 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토큰증권시장의 확장성을 키워놨다는 평가다.
둘째, 토큰증권 발행자(자금조달자)가 갖는 이점도 토큰증권의 활성화 요인이다. 예컨대 블록체인의 증명력을 활용하면 증권의 보관·양수도 기관을 대신할 수 있고, 부동산의 경우 발행자가 별도의 운용사를 설립할 필요가 없어서 그만큼 비용과 시간절감효과가 있다. 또 블록체인을 통해 발행자가 투자자와 직접 연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점도 기존상품과의 차별포인트다. 셋째, 부동산 토큰증권의 급성장도 요인 중 하나다. 작년 기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일본의 토큰증권은 총발행의 85%로 압도적인데, 거의 제로수준인 일본의 초저금리가 부동산 토큰증권 수요에도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토큰증권은 쪼갤 수 있어 소액투자로도 부동산 같은 고액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점, 개별 부동산이 대부분이어서 해당 부동산(예:호텔, 온천시설 등)에 대한 사용권 부여 등 스위트너(sweetner) 제공도 한몫했다고 한다.
넷째, 업계의 자율규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엔 증권사들이 주축이 된 증권업협회(JSDA)와 STO협회(JSTOA), 핀테크·블록체인·부동산업체로 구성된 토큰증권협회(JSTA)가 있다. 주식·회사채의 토큰증권은 증권업협회, 부동산 등 비금전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 토큰증권은 STO협회가 각각 자율규제기관으로 선정돼, 투자자보호와 정보공시 등 업무를 맡고 있다. 또 토큰증권협회는 토큰증권 교육과 세미나 등으로 토큰증권의 생태계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자. 2023년 기준 부동산을 기초로 하는 토큰증권(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이 85%(825억엔)로 가장 많고, 다음은 회사채로 13%(132억엔), 나머지는 미공개 장외주식 등 2%(19억엔)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동산 토큰증권은 공동주택이 1위로 전체의 55%, 숙박시설 26%, 물류시설 11%, 오피스와 점포가 각기 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대표사례로는 부동산의 경우 2023년 4월 온천시설, '유엔 삿뽀로'를 대상으로 다이와증권이 발행한 토큰증권(69억엔, 만기 7년), 회사채는 2022년 6월 일본거래소가 발행한 디지털 환경채권(5억엔, 노무라증권 주관사)이 유명하다. 부동산은 NFT 등 사용권, 회사채도 코인 등 인센티브 제공으로 투자자층의 확대와 충성도(Loyalty) 제고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발행·유통구조는 어떤가. 토큰증권도 증권인 만큼, 주식·채권의 발행·유통구조와 거의 같다. 다른 점이라면 토큰증권을 발행·관리·거래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 토큰증권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5개. 그중 노무라홀딩스 등 18개 대형 금융사가 참여하는 Ibet for Fin플랫폼이 점유율 53%로 1위,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이 대주주인 Progmat플랫폼이 점유율 45%(발행액 438억엔)로 2위로 양사가 압도적이다. 또 토큰증권 인수 및 관리기관으로는 11개의 증권사와 6개의 은행,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자산운용사 6개사가 참여하고 있고, 특히 작년 12월 오사카디지털거래소(ODX)가 토큰증권 매매서비스를 개시함으로써 유통시장의 활성화도 기대되고 있다. 아무튼 일본은 2018년 '금융의 디지털전환' 선언 이후, 최근엔 자산운용입국 등 금융의 글로벌화 등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토큰증권의 국회 입법처리 등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정책이 긴요한 시점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