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이장식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하프니아 기반 강유전체 물질과 새로운 금속-강유전체 소자 구조를 이용해 강유전체 메모리 소자 정보 저장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데이터 저장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술 중 하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다. 이 메모리는 평면이 아닌 3차원 구조로 셀을 구성해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작동 전압이 높고,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하프니아 기반 강유전체 메모리가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하프니아는 하프늄(Hafnium)을 주성분으로 하는 산화물이다. 이 물질을 활용한 강유전체 메모리는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 가능하며,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하프니아 기반 메모리 소자는 외부에서 전압을 가해도 강유전체 물질에 전압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데이터 저장에 필요한 메모리 윈도우(전압 구간)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신소재와 새로운 소자 구조로 이를 해결했다. 하프니아 기반 메모리 소자에 사용되는 강유전체에 알루미늄을 도핑해 우수한 성능의 강유전체 박막을 만들었다. 또 소자를 구성하는 금속과 강유전체 물질이 단순하게 배열된 기존 MFS(금속-강유전체-채널) 구조 대신, 두 물질이 두 번 반복되는 MFMFS(금속-강유전체-금속-강유전체-채널) 구조로 소자를 만들었다.
이번에 개발한 소자는 금속과 금속, 금속과 채널 간 강유전체 층들의 두께와 면적비 등을 요소로 캐패시턴스를 조절해 각 층에 걸리는 전압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강유전체 물질에 전압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하여 소자의 성능을 높이고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기존 하프니아 기반 강유전체 소자의 메모리 윈도우가 약 2V(볼트)였던 반면, 연구팀의 소자는 10V 이상의 메모리 윈도우를 기록하며, QLC(단위 트랜지스터 당 16개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를 구현할 수 있었다. 또 100만 번 이상 동작 후에도 높은 안정성을 보였다. 구동 전압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18V)보다 낮은 10V 이하로 동작했다.
특히,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원하는 데이터를 입력·저장하기 위해 전압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방식을 사용해 프로그램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한 회로가 필요하지만, 연구팀 소자는 강유전체 분극 스위칭을 제어해 한 번의 전압 인가로 원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입력·저장할 수 있다.
이장식 교수는 “기존 메모리 소자의 한계를 돌파할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하프니아 기반 강유전체 메모리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저전력·고속·대용량 메모리 소자를 개발해 데이터센터와 AI분야 전력문제 해결에 기여하겠“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사업과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