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가 개발한 이동형 전자가속기가 더 넓은 분야 활용을 위한 업그레이드에 들어갔다.
10일 첨단방사선연구소에 따르면 올 연말 소형 이동형 전자가속기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기존 대비 크기를 줄이는 등 현장 활용성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자가속기는 전자소자, 식품, 고분자 재료 등에 폭넓게 쓰인다. 살균·멸균·분해 기능으로 각종 병원균 살균과 오염물질 저감 역할도 한다.
전자총에서 생성된 전자를 진공 내에서 가속시키는데, 이것이 공기나 물 분자와 반응해 생성된 '라디칼'이 환경 오염물질을 분해·저감할 수 있다. 또 가속으로 고에너지를 지닌 전자를 오염물질과 직접 충돌시켜 처리하기도 한다.
이동형 전자가속기는 기존 전자가속기에 이동성을 더한 것이다. 통상 전자가속기는 인·허가 받은 특정 장소에만 설치·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동형 전자가속기는 이동이 가능하게 인·허가를 취득해 이동 설치·운전이 가능하다.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이를 오염물질 저감에 특화해 2010년 구축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도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성과다.
실제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E-빔 트레일러', 제어장치와 실험 공간이 결합된 '컨트롤 룸 트레일러'로 구성했다.
충분히 오염물질 저감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2010년 대전 하수종말처리장, 이듬해 정읍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현장 실증을 해 오염물질 처리 능력을 입증했다. 난분해성 오염물질인 의약물질도 90% 이상 처리효율을 보였다.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동시 처리가 가능함을 현장 실증으로 입증했다. 이 기술은 지난해 국내 기업 앱스필에 이전되기도 했다.
지역 현안인 축산 시설 악취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지난 2022년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번 업그레이드로 활용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개선 핵심은 '컴팩트·고성능화'다. 트레일러 길이는 현재 10m에서 6m로 줄이고 트레일러 수도 1량으로 줄이고자 한다. 반면 오염물질 처리 용량은 수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11월 개발을 마쳐 실제 소형 이동형 전자가속기를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 중 축산 악취처리 현장 적용에 나설 계획이다.
김태훈 박사는 “이동형 전자가속기의 경우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관심이 커 정부가 바라는 국제공동연구사업 성과창출에도 주효할 것”이라며 “전자가속기를 필요로 하는 각종 기술 상업화를 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도 된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