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3'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출시 차종에 실리콘 음극재 기반 배터리가 사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가 출시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에 실리콘 음극재 기반 배터리가 탑재된다.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세운 합작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EV3에 적용되며, 이 배터리에 들어간 실리콘 음극재는 대주전자재료가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V3는 보조금을 반영한 실구매가를 3000만원 중반대까지 낮추면서도 주행거리와 충전속도 등 성능을 높여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이끌 제품으로 주목 받는 차량이다.
기존 전기차 대비 가격대를 낮춘 보급형 전기차임에도 리튬인산철(LFP)이 아닌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주행거리 501㎞를 확보했다.
충전 속도도 롱레인지 모델 기준 350㎾급 충전기로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31분이 걸려 동급 차종 중에서 빠르다.
주행거리 확대와 충전시간 단축에는 실리콘 음극재가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리콘은 이론적으로 현재 음극 소재로 널리 쓰이는 흑연보다 10배 많은 용량을 갖추고 있다. 음극재 내 실리콘 함량이 높을 수록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충전시간을 단축하는 데 유리하다.
그동안 실리콘 음극재는 포르쉐 타이칸과 아우디 E-트론 GT 등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적용됐다. 성능 개선 효과가 뚜렷해서다. 그러나 이번에는 3000만원대 구매할 수 있는 보급형 전기차에도 실리콘 음극재가 탑재, 자동차 업계 내 실리콘 음극재 적용을 가속화하고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또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서 실리콘 음극재를 본격 확대, 적용할지도 관심사다.
실리콘 음극재는 국내 대주전자재료와 중국 BTR, 일본 신에츠 정도가 양산 중이다. 제조가 까다로워 공급이 한정돼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수요가 늘면서 신규 진출하거나 증설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시도가 일고 있다.
일례로 대주전자재료는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최근 6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현재 연간 3000톤 수준인 실리콘 음극재 생산량을 2026년 2만톤까지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는 그동안 고급차에만 적용되면서 시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3000만원대 전기차에도 적용되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면서 “EV3가 성능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낮춰 캐즘을 돌파할 신차로 기대를 모으는 동시에 실리콘 음극재 대중화에도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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