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동수단으로 또는 스포츠로 애용하는 자전거, 특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대는 가지고 있었거나 갖고 있는 삼천리 자전거. 오늘은 삼천리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자전거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구한말 개화기 시절로 추정됩니다. 선교사 호러스알렌이라는 사람이 쓴 조선견문기라는 책에는 외국인이 이상한 물체를 타고 길을 지나가자 조선인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바람에 몇 번이고 그 앞을 지나가면서까지 보여주어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엄복동이라는 이름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일류 자전거 선수로써 조선인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과 함께 하늘에는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여러 자전거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었던 조선인 선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는 전문 선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기독교 선교 활동을 시작으로 점차 경찰과 군인의 필수품으로서의 자리까지 범위를 넓히다 그 편리성과 대중성에 힘입어 훗날 시민들에게까지 보급되기에 이릅니다.
일본으로 건너가 말단으로 취업을 했던 삼천리자전거의 김철호 초대 회장은 조선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손재주와 사업 수완으로 시간이 지나 어엿한 사장의 자리까지 역임하게 됩니다. 귀국 후 그는 부산에 자전거 공장을 세우고'삼천리호'라는 이름을 가진 삼천리자전거의 초석을 세워 국내 자전거 보급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사업은 나날이 성장하여 무거운 쌀 배달을 책임지는 '쌀집 자전거', 레저와 스포츠를 합친 단어인'레스포'라는 세련된 네이밍과 당시 최고 주가를 달리던 서태지와 아이들을 모델로 삼아 합한 마케팅 전략 등등에 힘입은 채 1990년대까지 큰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장기간 한 우물만을 고집해온 회사답게 레스포, 블랙캣, 하운드, 넥스트, 케니아 등 다양한 브랜드가 출시되거나 단종되기도 하였습니다. 수많은 고투 끝에 메인으로서 현재의 굳건한 위치를 다지게 된 레스포와 아팔란치아, 그리고 지금과 앞으로도 펼쳐질 미래 산업의 주역이 될 전기자전거 브랜드인 팬텀시리즈까지 삼천리자전거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는 혁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 레스포
1991년 첫 런칭 되었던 레스포는 출퇴근과 나들이용, 간단한 수하물 운반용으로 적합하게 만들어져 현재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는 스테디 브랜드입니다. 스팅거, 펠릭스, 캐치티니핑, 트레이스, 하이킥 등 다양하고도 톡톡 튀는 네이밍과 함께 성인은 물론 청소년, 어린이용과 유아용 자전거까지 모두 포함한 전 연령을 대상으로 라인업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자전거 산업의 확고한 위치를 다지겠다는 삼천리의 열정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2. 아팔란치아
아팔란치아는 산악 라이딩은 물론 일상생활용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 브랜드로, 아팔란치아 시리즈의 첫 광고에서는 '삼천리' 이름을 응용한 3000시간의 법칙과 함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도전을 즐기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땀 흘려 자전거를 타는 라이딩 장면과 경쾌하게 돌아가는 자전거 기어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건강미 넘치는 영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3. 팬텀
삼천리는 2001년에 '솔타-E' 라는 이름의 전기자전거를 처음 선보입니다. 그뒤로 '에이원', '그리니티' 라는 제품들을 각각 출시하며 개발을 거듭하다 2013년이 되어 '팬텀'이라는 이름을 내건 자전거를 출시하게 됩니다. MTB, 도심형에 적합한 접이식 모델과 일반 모델이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삼천리 고유의 전기자전거 완성형 브랜드로 현재 굳건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삼천리는 대중들에게 가장 익숙한 자전거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수많은 대리점들을 통해 신속한 AS 및 사용자들의 크고 작은 불편을 가까이서 해결해 줌으로써 고객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오래전 단종 되었던 '쌀집 자전거'가 노년 고객층의 지속적인 요청을 받아 '표준S'라는 제품명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하니 삼천리자전거라는 브랜드명이 세대를 막론하고 고객에게 얼마나 친숙하게 녹아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최초의 자전거이자 가장 친숙하고도 익숙한 브랜드인 삼천리자전거. 78년 고유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지닌 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로도 더욱더 크게 뻗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국내외 IP 전문 변리사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및 차단 플랫폼 'Wegofair'를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플랫폼 운영사인 (주)위고페어 대표이사와 특허법인 아이엠의 파트너변리사를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