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기 다른 이유로 당헌·당규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일정 부분 반영하는 방안을,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 사퇴 시한 예외 조항과 함께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각각 당헌·당규를 개정한다.
민주당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 사퇴 시한 등에 대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당헌에는 대표·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을 상당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1년 전 사퇴 조항은 그대로 두되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의 의결로 예외 상황을 규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나 유고 시 당대표 등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는 대통령 궐위와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 대표 연임과 대권 가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권리당원 권한도 강화했다. 국회의장단 후보자 및 원내대표 선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결과 20% 반영,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반영 비율 20대 1 미만으로 제한 등 권리당권 권한 강화 조항을 포함시켰다. 현재 권리당원 다수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자의 직무를 자동 정지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이 역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조처로 풀이된다.
이날 최고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추후 당무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국민의힘도 전당대회 및 지도체제 논의를 매듭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11일 '당원 투표 100%'를 반영하는 현행 대표 선출 방식을 개정해 국민 여론조사를 일정 부분 반영하는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민 여론조사를 20% 또는 30%를 반영하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최종 논의 중으로, '당원 투표 70%·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100%'가 도입되기 전에 적용됐던 규정과 동일하다.
여상규 당헌당규개정특위 위원장은 이날 특위 회의 직후 “의견 접근이 많이 이뤄져서 11일 완성된 결론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지도체제의 경우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체제 또는 절충형 2인 체제로 바꿀지가 쟁점이었으나, 당장 변경하는 것은 시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오는 11일 추가 회의를 열어 논의한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새로운 당 대표 선출 방식은 비대위 논의를 거쳐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에서 의결된 뒤, 최종 확정된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