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투르크메니스탄이 에너지·플랜트 협력을 강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우리 기업의 60억달러 규모 현지 사업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양국 정부도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맺고 교역과 투자를 증진키로 했다.
10일(현지시간) 올해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방문한 윤 대통령은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협력의 지평을 미래지향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와 기업 간 가스전 시설 건설 등 8건의 협력 문서가 체결됐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이 투르크메니스탄 가스공사·화학공사와 각각 체결한 '갈키니쉬 가스전 4차 탈황설비 기본합의서'와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 정상화 2단계 협력합의서'가 주목된다.
갈키니쉬 가스전은 2006년 발견된 세계 5대 가스전 중 하나다. 확인 매장량은 전 세계 인구가 5년간 사용할 수 있는 14조㎥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09년 갈키니쉬 가스전의 1차 탈황설비를 수주한 바 있다.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는 현대엔지니어링·LG상사 컨소시엄과 우리나라 중소기업 124곳이 주도적으로 건설한 대규모 가스화학 단지이자, 투르크메니스탄 최초의 가스화학 플랜트다. 작년 현지 운영사가 플랜트를 운영하던 중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플랜트 가동이 중단되자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3단계의 정상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1단계 '기술감사 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미 수주했다. 2단계 '재건 사업'과 3단계 '가동·유지보수 사업' 역시 이번 합의서 채택으로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또한 이 합의를 언급하며 “양국의 협력을 이끌어 온 에너지 플랜트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국 간 플랜트 협력이 재가동되면서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키얀리에 건설을 계획 중인 요소, 암모니아 비료 공장의 수주에도 우리 기업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게 대통령실 판단이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갈키니쉬 가스전 4차 탈황설비 사업과 키얀리 플랜트 정상화 사업, 요소·암모니아 비료공장 사업을 더해 약 60억 달러 규모의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는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TIPF도 체결했다. 통상·산업·에너지 분야 협력 동력 확보와 우리 기업의 현지 시장 참여 기회 확대를 도모하는 비구속적 업무협약이다.
양국은 주 2회인 양국 간 항공기 운항도 주 5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가 최종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인천공항을 환승편의 중간 기착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간 공동협력위원회 활성화 MOU와 인프라 및 신도시 협력 MOU, 금융기관 간 협력 MOU도 체결됐다. 칠곡경북대병원은 투르크메니스탄 응급의료지원센터·종양학 센터와 각각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한편 양 정상은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구상'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님은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구상'과 최초의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말했다.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은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한-아세안 연대 구상'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한 지역 전략이다. 윤 대통령은 K-실크로드 실현을 위한 최고위급 플랫폼으로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5개국과 우리나라 간 '한-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를 창설하고 내년 우리나라에서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한-중앙아시아 K 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하나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의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 이를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투르크메니스탄과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초대륙 운송로를 창출하는 데 있어 막대한 공동 협력 가능성을 보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데 상호 관심이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양국은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환경, 식량, 에너지, 운송,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