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이호성)이 상온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소모 전력은 낮추고 양자 효과는 극대화하는 핵심 기반을 마련했다.
표준연은 2차원 상온에서 '스커미온'을 생성·제어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스커미온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배열된 '스핀 구조체'로, 이론상 수 나노미터까지 줄일 수 있고 매우 적은 전력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현실에서 스커미온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조작할 수 있다면 초저전력·초고성능 차세대 소자를 개발할 수 있어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기존 스커미온 응용 연구는 3차원 자석에서만 진행됐는데, 현재는 2차원 환경으로 관련 연구가 확장됐다.
2차원 환경이 갖는 장점 때문이다. 3차원 자석 표면은 거칠어 스커미온 동작시 열·잡음이 발생하는 반면, 표면이 매끄러운 2차원 자석에서는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해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 2차원에 존재하는 스커미온은 3차원 대비 크기가 작아 양자 현상도 극대화된다.
표준연은 2차원 자석 표면에 매우 미세한 전압·자기장을 공급해 스커미온을 구현한 후, 이에 전류를 가해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했다.
기존 3차원 대비 스커미온 제어에 소비되는 전력이 약 1000분의 1 수준이었다. 크기도 10배 이상 작아져 안정성·속도가 매우 높다.
2차원 스커미온 상온 발현은 우리 연구진과 비슷한 시기 미국·중국에서도 보고됐지만, 전기적 제어까지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연구진은 지난해 2월 3차원 스커미온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지 약 1년 만에 2차원 환경에서도 생성·제어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초저온 환경에서만 구동하던 기존 양자컴퓨터 한계를 넘는 '상온 양자컴퓨터' 개발의 문을 열었다.
양승모 표준연 양자자기센싱그룹 선임연구원은 “최근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초저전력 반도체 소자 필요성이 커지는 추세”라며 “이번 스커미온 제어 기술을 응용하면 차세대 AI 반도체 소자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에는 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 양자자기센싱그룹과 김갑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팀, 이창구 성균관대 교수팀, 임미영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LBNL) 박사가 참여했다. 성과는 지난 5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