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삼성전자 노동조합 파업에 대해 “반도체는 연구개발(R&D) 과제가 생기면 철야를 해야하는데, 노조협약 때문에 근로시간이 너무 경직된 독일은 반도체에 손을 놓았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2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해 동행 취재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투쟁적이고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산업구조 변화에 맞는 유연한 대응을 저해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7일 파업 선언에 따른 사상 첫 연가 투쟁에 나섰다. 조합원 수는 2만8000여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2% 규모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지만, 최근 노조 파업 선언과 실적 부진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손 회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우리 모두 바라는 것”이라면서 “원래 반도체를 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독일 사례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ILO 총회 연설에서는 기업경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협력적 노사관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급속한 디지털 전환과 산업구조 재편으로 인해 일하는 방식은 다변화되고 있고, 전통산업 외에도 신산업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전 세계 노동시장은 대전환의 분기점을 맞이했다”면서 “과거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제도와 규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성장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구조 변화에 맞게 노사가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는 제도개선이 꼭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사업장 점거 금지와 대체근로 허용과 같이 노사관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개선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ILO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 기술발전 등 경제·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노동약자를 보호·지원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노동개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ILO 총회에서 △농성 노동자 유혈 과잉진압 △노조 회계공시 강제 등 한국 정부가 친기업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경영계·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