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 규모 정책자금을 투입한다. 반도체 분야를 필두로 미래 첨단산업 분야 전반에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자본확충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11일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날 취임 2주년 간담회를 열고 “첨단전략산업 지원 강화를 위한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향후 산업은행 중점 추진 과제를 밝혔다.
강 회장은 “산은이 첨단전략산업에 대해 100조원 규모 정책자금을 공급한다면 전산업에 걸쳐 연간 8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연간 34조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14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해 일부는 현재 기획 중인 반도체 분야에 추가로 배분하고, 잔여 자금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 AI 등 첨단전략산업에 집중 투입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이달말부터 앞서 정부가 밝힌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프로그램이 국고채 금리 수준에서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국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AI 코리아 펀드'도 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중으로 세부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어 그는 “100조원 규모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자본금 확충이 필수”라면서 “산은법 개정을 통해 법정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100조원 규모 정책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산업은행의 BIS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10조원의 자본확충이 병행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자체적인 자본확충 방안도 제시했다. 산은의 자본확충을 정부 출자에만 기댈 수만은 없는 만큼 배당을 하지 않고 순이익 전부를 유보해 정책금융에 재투자하자는 아이디어다. 강 회장은 “산은의 안정적 재무구조 확보를 위해 산은법 개정을 통한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과 함께 배당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부 및 국회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본사 이전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강 회장은 “산은법 개정 전에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부·울·경 중심의 남부권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은행 노조는 본사 이전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직원들 반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산 이전은 포기하거나 그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부산 이전 의지를 강조했다.
매각이 불발된 산은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강 회장은 HMM과 관련 “조속히 매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정부의 해운 정책이나 기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정부와 합의된 안으로 매각에 임해야 하는데 시기가 몇 달 내로 올 것 같지 않아 보여서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KDB생명에 대해서는 “매수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내년 2월 펀드가 만기인 만큼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