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혁신의 시작

진성열 법틀 대표
진성열 법틀 대표

스타트업의 핵심은 혁신이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어떤 혁신을 가져왔으며, 새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은 어떤 혁신을 가져와야 할까. 이미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네이버는 지식인 검색, 카페, 블로그, 웹툰,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뤘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이 처음부터 이러한 그림을 그렸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성공한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아마존의 킨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등은 각 회사 창업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혁신이었다.

이들은 먼저 시장의 문제를 잘 정의했다. 네이버의 검색엔진,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아마존의 이커머스 쇼핑몰, 테슬라의 전기차 등은 지금은 흔해 보이지만, 각 회사 창업 당시에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분야였다. 스타트업의 혁신은 먼저 시장과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해진이 창업한 영역은 검색이었고 검색이라는 영역에 포털이라는 서비스를 접목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네이버 창업 초기 '사람들은 검색 결과만 원하는 게 아냐 서비스를 원하지'라는 문제의식은 네이버 사업 확장의 핵심이었다. 그 후 네이버 팀이 가져온 혁신을 보면 문제의식에 걸맞게 카페, 뉴스 포털, 블로그, 지식인, 쇼핑 등 서비스 영역의 내용을 강화한 것이었다. 네이버는 단순한 검색엔진을 넘어서 하나의 포털로 진화할 수 있었다.

문제 영역이 빌딩이라면 개개의 혁신은 하나의 벽돌과도 같다. 그리고 그 벽돌을 굽고 굽고 또 굽는 것이 창업자의 역할이다. 물론 어느 정도 기업이 성장을 하다 보면 다른 영역에서의 혁신이 따라오게 된다. 네이버의 라인, 스노우, 네이버 클라우드 등은 다른 영역의 혁신이다. 하지만 이런 혁신들은 창업 단계나 스타트업 단계에서 고민할 내용은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혁신은 자신의 시장과 문제 영역에 집중돼야 한다.

자신이 이익을 올릴 시장과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이 바로 초기 창업자가 해야 할 혁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문제 정의가 혁신의 시작이라는 것이 낯설 수 있지만, 테슬라의 경우도 전기차라는 영역을 정의한 뒤 수퍼차저, 자율 주행, 기가팩토리, 원격 업데이트 등의 혁신이 매년 나왔다. 시장과 문제를 정확히 파악한 후의 혁신은 기업이 존속하는 한 창업자가 지속적으로 이뤄내야 할 숙제와 같다. 구체적인 솔루션과 아이디어는 매년 업데이트되고 추가된다.

법틀은 기업의 법무팀이라는 Vertical Market에서 소프트웨어(SW)로 프로세스 문제를 해결하는 점을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러한 고민은 내가 계약 관리라는 실재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도출될 수 있는 아주 Vertical한 영역이었지만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으며 무엇보다도 고객의 니즈가 큰 영역이었다.

본류론을 강조하던 기업가가 있었다. 본류론은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면 아무리 노력해도 1~2m 밖에 가지 못하지만, 순방향으로 헤엄치면 가만히 있어도 100m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누울 자리를 잘 보고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시장과 문제 정의가 혁신의 핵심 필수조건이다. 그다음은 소위 말하는 Grit 혹은 땀의 영역이다. 이는 혁신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없다면 모든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기업이 창업 후 상장까지 평균 15년이 걸린다고 들었다. 필자가 정의한 시장과 문제 영역에 대한 혁신은 창업가라면 최소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초기의 한 가지 아이디어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초기의 아마존 사이트와 지금의 아마존 사이트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아마존의 시장과 문제 영역은 동일하지만, 지속적인 고민과 수많은 노력이 더해졌을 뿐이다.

진성열 법틀 대표 sean.jin@bupt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