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화조가 주위에 암컷 없어도 매일 노래하는 이유는?

한국뇌연구원(원장 서판길)은 감각·운동시스템 연구그룹의 코지마 사토시(Kojima Satoshi) 박사 연구팀이 '노래하는 새'의 일종인 금화조의 수컷이 주위에 암컷이 없어도 매일 노래 연습을 하는 이유를 찾아냈다고 12일 밝혔다.

노래하는 새(명금류·Songbirds)들도 인간처럼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소리를 들으면서 노래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언어 학습이나, 언어와 관련된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데 많이 사용된다.

왼쪽부터 미즈구치 다이스케 박사와 코지마 사토시 박사.
왼쪽부터 미즈구치 다이스케 박사와 코지마 사토시 박사.

특히 금화조(Zebra finch) 수컷은 태어나서 90일이 될 때까지 부모에게 노래를 배운 뒤 자신의 노래를 귀로 들으면서 연습해 부모의 노래와 비슷하게 부르게 된다. 90일이 지난 후에는 학습이 끝나 더 이상 노래가 변하지 않는다.

암컷이 근처에 있을 때 수컷 금화조가 이처럼 부모에게 배운 노래를 불러 구애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주위에 암컷이 없어도 계속 노래를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

연구팀은 짝짓기 목적을 제외한 노래행동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수컷 금화조의 목에 노래하는 자세를 방해하는 추를 매달아 2주 동안 낮에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도록 한 수컷과 비교해보니, 2주 동안 노래를 부르지 못한 금화조는 그새 음정이 불안정해지고 노래 지속시간이 짧아졌다. 다시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게 했더니, 음정과 지속시간이 눈에 띄게 회복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노래하는 새는 매일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음정이 변하는 등 노래 구조가 불안정해지며, 우리가 매일 운동을 통해 근육의 쇠퇴를 막는 것처럼 노래하는 새도 일생동안 노래하는 육체적 행위를 통해 노래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새의 노래는 밀리초(millisecond) 단위로 여러 근육이 정밀하게 움직여 이뤄지는 매우 복잡한 운동이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스포츠나 음악 공연과 같은 인간의 복잡한 운동 메커니즘을 신경과학 측면에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코지마 박사는 “이번 연구는 노래하는 새를 통해 발성 학습 및 노래행동의 기본 메커니즘에 대해 통찰력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외국어 발음 개선이나 언어 장애 치료 등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뇌연구원 미즈구치 다이스케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학술지인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