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지역 채널 커머스 법제화 착수…홈쇼핑-SO '기싸움'

LG헬로비전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 촬영 모습
LG헬로비전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 촬영 모습

홈쇼핑 “유사채널 늘어 역차별”
케이블TV “소상공인 판로 확대”
형평성 고려 신중한 접근 필요

정부가 케이블TV 지역채널 판매 방송(커머스)을 상시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홈쇼핑 업계는 '유사 홈쇼핑'이 난무할 것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계는 소상공인 판로 확대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 TF'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TF는 과기정통부 뉴미디어정책과, 방송·법률 전문가, 홈쇼핑 관계자, SO 관계자 등으로 구성됐다.

지역 채널 커머스는 SO 13개사가 지역 소상공인 상품을 생방송으로 직접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21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처음 허용됐다. 기본 특례 기간 2년에 추가 2년 연장을 통해 내년 6월(CMB·딜라이브는 내년 10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이번 TF는 지역 채널 커머스를 상설 제도화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논의에 따라 정부 안건이 확정되면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하반기 중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케이블TV협회는 현행 실증특례 허가 조건을 완화해 개정안에 반영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지역 채널 커머스는 △1일 3시간, 3회 이내 △주 시청 시간(평일 오후 7~11시, 주말·공휴일 오후 6~11시) 방송 불가 △최근 3년 간 평균 매출액이 4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상품 등의 조건이 걸려있다.

협회는 방송 송출 시간·횟수를 1일 6시간, 횟수 제한 없이 허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판매 상품을 선정하는 소상공인 연 매출 기준도 10억원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쇼핑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상 생방송 판매는 TV홈쇼핑 인가를 받은 사업자만 가능하다. 홈쇼핑 사업자는 사업권 취득을 위해 유통·판매에 대한 엄격한 의무와 책임을 지고, 중소기업 상품 편성 비율 등 까다로운 재승인 조건을 지키고 있다. 홈쇼핑 방송과 유사한 형태의 지역 채널 커머스는 홈쇼핑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방송 심의 조차 받지 않는 '유사 홈쇼핑' 채널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지역 채널 커머스는 기존 TV홈쇼핑 진출이 어려운 지역 농가나 상인, 영세기업 등에서 생산한 상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차별화 된다는 설명이다. 입점 수수료도 기성 홈쇼핑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기존 홈쇼핑과 갈등에 놓일만한 경쟁 구도가 이뤄지지 않는 만큼 법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가 실제 방송법 개정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2년에도 관련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와 의견 충돌로 무산된 바 있다.

유료 방송산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유료 방송 자생력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양 측 입장이 첨예한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해 보인다”며 “만약 지역 채널 커머스를 허용한다면 형평성을 고려해 홈쇼핑 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