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듣자]<5>오디오 마니아가 스마트폰 대신 'DAP'로 음악 감상하는 이유는?

※편집자주: '알고 듣자' 시리즈는 음악을 더 좋은 음질로 감상하기 위해 음원, 음향기기, 디바이스를 비롯한 청음 환경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기획한 콘텐츠입니다. 평소 듣던 음악을 새로이 느껴보고 싶은 여러분께 고음질 음악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고음질 음악 감상을 즐기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DAP로 음악을 듣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오디오 플레이어 휴대가 번거로워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고 답변하면 이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돌아오곤 한다. 대개 이런 부류는 스마트폰은 고음질 음악을 듣는 데 부적합하다며, 고음질 음원을 감상하려면 DAP 하나 정도는 장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제조사가 출시한 DAP들
다양한 제조사가 출시한 DAP들

DAP(Digital Audio Player)는 음악을 재생하는 MP3 플레이어의 일종으로, 대개 고음질 음원 재생을 지원하는 플레이어를 가리킨다. 아스텔앤컨(Astell&Kern), 피오(FiiO), 아이바쏘(iBasso), 온쿄(Onkyo), 샨링(Shanling) 등 다양한 DAP 제조사가 있는데,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음 성향이나 고음질 재생 성능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어떤 기기로 음악을 감상하는지도 중요하게 여기는 사용자가 많다.

스마트폰은 고음질 음원 재생에 부적합하므로 DAP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모든 스마트폰이 고음질 음악을 듣기에 부적합한 건 아니다. 일부 제품만 DAP처럼 무손실 음원이나 원음을 재생하는 기능이 탑재된 정도다. 반면 DAP는 음악 재생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보니 대부분 고음질 음원도 재생할 수 있게끔 기술력을 아끼지 않았다.

스마트폰 vs DAP, 사운드 칩셋·지원 음원 차이 있어

소리를 재생하는 데 필요한 사운드 칩셋 (출처 : Cirrus Logic)
소리를 재생하는 데 필요한 사운드 칩셋 (출처 : Cirrus Logic)

기기가 소리를 재생하려면 '사운드 칩셋'이라는 부품이 있어야 한다. DAP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도 사운드 칩셋은 빠지지 않는다. 퀄컴, 시러스로직, 야마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여러 기업체가 사운드 칩셋을 개발하고 있다. 칩셋에 따라 지원하는 음원 포맷 종류나 음질이 다르다.

고음질 음원 재생이 주목적인 DAP에는 대체로 성능이 좋은 사운드 칩셋을 탑재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음질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에는 무난한 칩셋을 탑재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LG전자의 일부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나 마샬 런던, 수월우 MIAD 01처럼 성능이 좋은 사운드 칩셋을 탑재한 제품도 있다. 하지만 극히 드문 사례일뿐더러, 고성능 칩셋을 탑재하더라도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 나은 정도지 고사양 DAP 음질에는 못 미친다.

스마트폰 중에는 고음질 음원 포맷 재생이 불가능한 제품도 있다. 그래서 무손실 음원이나 원음을 즐겨 듣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가지고 있는 음원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DSD는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재생한다 (출처 : Wikipedia)
DSD는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재생한다 (출처 : Wikipedia)

고음질 음원 중에는 소리를 원음에 가깝게 재생하는 'DSD(Direct Stream Digital)'라는 포맷이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사운드 칩셋이 DSD 포맷을 지원하지 않거나 음악 앱이 소프트웨어 DSD 디코더를 지원하지 않으면 DSD 음원을 실행조차 할 수 없다.

DAP는 초저가형 제품이 아닌 이상 대부분 DSD 재생을 지원한다. 고음질 음악을 감상하려면 DAP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비약이지만, 고음질 음악을 감상하는 데 DAP가 유리하다고 볼 수는 있다.

DAP는 음악 재생 특화된 제품, 곡 제어·호환성 유리해

음량 조절 다이얼과 다양한 출력 단자를 갖춘 DAP (출처 : Astell&Kern)
음량 조절 다이얼과 다양한 출력 단자를 갖춘 DAP (출처 : Astell&Kern)

음질 외에도 DAP는 유저인터페이스(UI)나 조작부가 음악을 제어하기 편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메인 화면에 음악 재생과 관련된 설정을 배치해 접근성을 높이거나, 외부에 재생·일시정지 버튼, 곡 넘김 버튼, 음량 조절 다이얼이 있어 주머니에 넣은 상태로도 곡을 제어하기 편하다.

스마트폰에는 음량 버튼 외에 곡을 제어하는 외부 버튼이 없다. 일부 기기에서는 볼륨 버튼을 정해진 횟수만큼 반복해 누르거나 길게 눌러 곡 넘김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DAP만큼 직관적이진 않다. 이런 데서 오는 차이 때문에 스마트폰 대신 DAP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종종 있다.

음향기기 호환성도 스마트폰보다는 DAP가 낫다. 최근 출시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오디오 단자가 탑재되지 않는다. 가장 보편적인 3.5mm 스테레오 단자를 사용하는 음향기기는 물론이고 음질 손실을 줄이는 밸런스드 단자가 탑재된 음향기기를 직접 연결할 방도가 없다. USB-C 단자에 변환 잭을 꽂는 방법밖에 없는데, 잭을 구성하는 전선의 선재 품질이나 내부 부품처럼 소리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늘어나므로 고음질 음악 감상을 방해할 여지가 있다.

DAP에는 대부분 3.5mm 단자가 탑재돼 있으며 4.4mm나 2.5mm 밸런스드 단자를 탑재한 제품도 적지 않다. 내부 부품에서 발생하는 잡음이나 전파가 소리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소리 정보를 전달하는 회로를 다른 부품과 떨어뜨리는 '차폐' 설계가 적용된 제품도 있다. 이런 요소를 종합해 보면 스마트폰보다 DAP를 사용하는 게 고음질 음악 감상에 유리한 면이 있는 건 분명하다.

스마트폰도 외장 DAC 연결하면 고음질 재생 가능해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외장 DAC (출처 : New York Times)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외장 DAC (출처 : New York Times)

스마트폰 밖에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으로도 고음질 음원을 감상할 방법은 있다. USB-C 단자에 외장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를 연결하고 소프트웨어 디코더가 포함된 음악 앱을 사용하면 원음 수준의 파일도 재생할 수 있다. 웬만한 휴대용 DAC는 10만 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모델에 따라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DAP보다 훨씬 경제적인 선택지다.

다만 주의할 점은, 스마트폰 전용으로 설계하지 않은 외장 DAC 중에는 음원이 담긴 기기의 출력이 높지 않으면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제품도 있다. 따라서 제품을 고를 때 스마트폰에서도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