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전상민 화학공학과 교수와 통합과정 송민재·김대웅 씨 연구팀이 이온의 출입에 따라 전기적 환원반응을 나타내는 금속-유기 골격체를 사용해 수분 구동 발전기의 전력과 전류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친환경 기술이다. 공기 또는 사람의 날숨에 포함된 수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분 구동 발전기도 그중 하나다. 이 발전기는 수분을 흡수해 이온을 이동시키고, 전기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한다. 그런데, 수분 구동 발전기에 사용되는 기존 소자의 전력 출력값이 낮아 실제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웠다.
전극을 바꾸는 방식으로 전력 출력값을 높이려는 기존 연구들과 달리 연구팀은 활성 물질에 주목했다. 활성 물질은 수분을 흡수해 이온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전기화학 반응을 촉진해 전력 생산 효율을 높이는 물질로 수분 구동 발전기용 활성 물질은 현재까지 연구된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연구팀은 철(Fe)과 시안화물 이온(CN-)이 결합한 금속-유기 골격체인 베를린 그린(Berlin green)이라는 물질을 활성 물질로 사용해 수분 구동 발전기용 이중층(BGC/NC) 소자를 만들었다.
이 이중층 기반의 수분 구동 발전기가 수분을 흡수하자 NC층에 있는 나트륨 이온이 떨어져 나와 BGC층으로 이동했으며, 이때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가 생성됐다. 또 이와 동시에 베를린 그린에 나트륨 이온이 삽입돼 베를린 그린이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로 환원되면서 전기를 추가로 생산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 발전기는 1.2V의 전압과 2.8mA/cm2의 전류밀도를 보였다. 이는 기존에 비해 각각 2배, 10배 향상된 수치이다. 축전기나 정류기 없이 조명 램프와 전자계산기를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전류밀도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것 중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연구팀이 사용한 베를린 그린은 청바지를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색소인 프러시안 블루가 산화된 물질로 제작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며, 상온과 상압에서 전기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전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중환자나 산업 근로자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마스크를 현재 개발 중”이라며, “앞으로도 사람과 환경을 모두 지키는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에너지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