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미니보험사(소액단기전문보험사)를 허용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설립 신청은 전무하다. 까다로운 진입장벽에 제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처지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니보험사는 펫·레저·날씨보험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짧은 기간 동안 보장하는 '소액보험'을 취급하는 회사를 말한다.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니보험사 설립 인허가 심사는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21년 6월 소액단기보험업 도입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등장은 요원한 상태다.
금융위는 미니보험사 설립 최소자본금 요건을 20억원으로 책정했다. 종합보험사(300억원) 대비 15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업계는 자본금 요건만 축소됐을 뿐, 그 외 설립을 위한 허들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도 10년 이상 준비해 온 신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건전성제도(지급여력제도·K-ICS) 등을 그대로 적용받아, 최소 수십억원 이상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준법감시인, 선임계리사, 손해사정사 등 구축해야 하는 인적·물적 조건도 일반 보험사와 동일해 현실적으로 진입이 어렵다. 때문에 제도 도입 초기 미니보험사 설립을 추진했던 회사에서도 계획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컨설팅을 받았던 한 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설립이 없는 건 투입해야 하는 비용 대비 미니보험의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현재 계획이 흐지부지된 상태로, 조건이 완화된다는 소식도 없어 회사 차원에서도 재개에 큰 관심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일상생활 속 보장 공백을 해소한다는 당초 소액단기전문보험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 소액단기보험업 허들이 높아 사실상 대기업이 아니면 설립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미니보험사만 120개 이상으로 소액단기보험이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 설립이 인허가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돼 한국 대비 간소화돼 있다. 이에 기존 보험사뿐 아니라 부동산, 의료, 요양, 여행, IT업계 등에서 매년 소액단기 보험사를 꾸준히 설립하는 추세다.
상품심사도 신고제로 진행돼 △학교폭력 발생시 변호사 비용 지원 △독감위로 △고독사 보험 등 일본 상황에 맞는 새로운 형태 이색 보험이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액단기보험업 활성화를 위해 진입장벽과 규제를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달 보험연구원은 '일본 생명보험회사의 소액단기보험업 진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규모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규제가 적용되는 국내 보험시장에서는 소액단기보험사 장점이 구현되기 어렵다”며 “건전성제도 등에서 일정기간 유예를 적용하는 등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허용 3년…자본금요건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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