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진출한 '대한민국 플랫폼(K플랫폼)' 업체들이 현지에서 순항하고 있다. 라인야후 사태로 촉발된 자국 플랫폼 우대 분위기는 아직 다른 K플랫폼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원티드랩, 강남언니, 홈즈 등 K플랫폼이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모델(BM)이 아직까지는 일본에서 블루오션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원티드랩은 지난달 파트너사인 '라프라스'에 인공지능(AI) 기술 및 채용당 과금 비즈니스 모델을 이식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상 일본 내 채용 수수료는 구직자 연봉의 30~50% 수준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채용 수수료를 낮추고 맞춤형 인재를 제안한다는 복안이다. 일본의 인력 부족 상황도 블루오션의 배경이다. 리쿠르트 워크 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일본은 2040년 약 1100만명의 노동인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강남언니는 일본 강남언니 플랫폼에 후기·채팅 실시간 번역 기능을 제공한다. 총 가입자 600만명 중 일본 이용자는 9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일본사업 매출은 8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한국 병원을 찾는 일본 이용자 성장이 2022년 대비 12배 성장하는 등 크로스보더 사업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코리빙 기업 홈즈도 일본 사업을 지속 확대 중이다. 2023년 시작한 '홈즈 신주쿠'의 안정적인 운영으로 향후 전략적 인수합병(M&A) 및 일본 내 기업공개(IPO)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은 1인 가구가 많고 임대주택 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디지털전환 속도가 느리고 외국인 임대 진입장벽이 높다. 이같은 애로사항을 개선해가며 평균 입주율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 외에도 일본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 수요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의 '스타트업 수출 현황 및 수출 활성화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349개사의 관심 수출시장 순위에서 일본은 3위에 올랐다.
이는 일본이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발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내각은 스타트업 육성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해 2027년까지 투자액을 10조엔 규모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2024년도 경제산업정책의 중점안'에는 일본 정부가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 스타트업 및 연구개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설립된 스타트업 전략 담당국의 역할은 해외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지원이기도 하다.
일본 내 IPO가 국내보다 수월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일본은 신흥기업 상장을 목적으로 주식 시장을 재편하고 그로스(Growth) 부문을 만들었다. 기업은 안정적인 자금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이에 일본을 미국이나 서구권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선택한다.
제조업에서 정보화 사회로 변화하려는 일본의 상황도 한국에 유리한 부분이다. 글로벌향 서비스 개발 역량, 빠른 의사 결정 및 행동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약진할 수 있다.
다만 라인야후 사태로 촉발된 자국 플랫폼 우선주의 기조는 예의 주시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보안 이슈를 철저히 관리하고 일본 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라인야후 사태 등과 같은 자국 플랫폼 우선주의 흐름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며 “한국에 비해 DX 속도가 느린 일본 시장에서 IT 역량을 효과적으로 접목시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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