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이라 이야기한다. 과거 '미지의 땅'이었던 아프리카는 풍부한 석유와 핵심광물, 성장하는 인구를 기반으로 에너지, 통신, 상하수도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가운데 제조업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지난 4~5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렸다. 한국은 자국 발전 경험을 활용해 핵심광물, 식량안보,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환경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DA)를 2030년까지 1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고, 아프리카와 기후금융구조 구축을 위한 연대를 다지기로 했다.
국내 대표 기업들 역시 아프리카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찍부터 아프리카에 판매·생산법인을 세워 가전제품 판매를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이노베이션캠퍼스를 세워 현지인 소프트웨어(SW) 교육에 힘쓰고 있고, LG전자는 에티오피아에 LG-KOICA 직업훈련학교를 세우고 나이지리아 병원에 에어컨과 말라리아 예방 모기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4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해 '불확실성 시대 새로운 한-아프리카 공동 협력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대우건설은 다수의 아프리카 사업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플랜트·신도시 건설사업 확대를 위해 이번에 방한한 아프리카 정상급 지도자들과 연쇄 면담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인공지능(AI) 정수장을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보여주며 물 인프라 협력 확대 계기로 삼고 있다.
특별히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식량, 그린·환경, 핵심광물이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이 분야에서 협력과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한국의 강점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이에 잘 부합하는 것이 바로 '기후테크'다. 기후테크는 클린테크(무탄소에너지·전기차·배터리·물관리 등), 카본테크(탄소 포집이용저장(CCUS)), 에코테크(재활용·재사용), 푸드테크(농식품), 지오테크(기상·기후 인공위성 관측)로 구분된다.
작년 6월 우리 정부는2030년까지 민관 합동 약 145조원 규모의 투자·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기후테크 분야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고 수출규모 100조원을 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기후테크는 이번 한·아프리카 협력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의 총합체로 볼 수 있다.
과거 모바일 통신과 핀테크 분야는 아프리카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선진국에서는 기존 기술과 규제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유선통신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바일 통신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고, 각종 금융 서비스 인프라와 규제가 발달하지 않아 오히려 모바일 뱅킹이나 핀테크가 먼저 상용화될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아프리카에서 기후테크를 통해 큰 기회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에는 전력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곧바로 수소·암모니아와 같은 무탄소 에너지가 진입할 가능성이 있으며, 휘발유·디젤 자동차보다 전기차가 더 빠르게 시장에 확산될 수 있다. 도시 상하수도 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때 사물인터넷(IoT), AI를 이용한 물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우리나라 정부가 지원하는 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스마트 시티 사업이 선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핵심광물, 에너지, 식량, 기후대응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큰 걸음을 떼게 됐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우리는 '기후테크'와 개발협력, 기후금융구조라는 재정적 메커니즘도 정비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차원의 신중한 사전 조사와 신속한 수요조사를 진행한다면 기후테크 기업들과 국내 대기업이 아프리카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yongjin.park@kispric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