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가 이어 포문을 연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는 출범 7주년인 올해 3사 고객 수 4000만명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디지털 금융 혁신 바람을 일으키며 소비자 금융 편의성을 제고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금융소비자 편의성 외에 시장 혁신에는 실패했다는 다소 냉혹한 분석이다. 새로운 시장 혁신을 위한 제4인터넷전문은행 '역할론'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한 컨소시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시장은 '새로운 혁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 디지털금융 '선두' 메기 효과 '글쎄'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이달 중순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금융을 통한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는 성공했지만, 금리 인하 효과와 시장 혁신 촉진 역할은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근거였던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 △은행산업 경쟁 촉진을 중심으로 도입 성과를 평가했다. △미래 신성장동력창출 부분은 해외진출, 신시장 개척 등과 관련 계량적 분석이 어려워 평가 항목에서 제외했다.
반면, '금융소비자 편의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얻었다. 금융소비자가 점포 방문 없이 다양한 금융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지고, 인터넷은행 진입이 기존 은행 모바일 편의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만족도 순위는 토스, 카카오뱅크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편리성, 심미성, 최신 기술 활용, 혁신성, 개인화 등 항목별에서도 시중은행을 앞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다만 금융소비자 편의성 부분에서도 '금리 효과'는 크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2023년 기준 인터넷은행 예금금리는 타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낮고,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영업 초기 중금리대출 활성화와 중·저신용자 신용공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계획도 지연됐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산업 경쟁 촉진 측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시장 집중도를 판단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국내 예금시장 CR3(시장점유율 상위 3대 은행 점유율 합) 등 각종 지표로 볼 때 예금시장 및 대출시장의 시장 집중도는 2015년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영업을 집중한 가계대출 시장에서는 시장경쟁이 강화됐지만, 지표로 유추할 수 있는 은행업 경쟁 강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인터넷전문은행 “아쉬움 남는 평가…포용·혁신 기반 성장 지속”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이러한 평가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디지털금융 선도와 혁신 서비스 출시, 중·저신용자 중금리 대출 확대 등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해왔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이후 성장과 수익을 도모하면서도 포용과 혁신 역할에 최선을 다해왔음을 피력했다. 혁신 부문에서는 모임통장, 청소년 고객 특화 상품, 환전 수수료 무료 기반 외환서비스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강조했다. 시장에 존재하지 않던 다양한 상품들로 하여금 오히려 기존 은행들이 인터넷은행을 따라오는 후발주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토스뱅크가 선보인 외화통장이 최신 예시다. 환전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고 해외 결제·출금 수수료 절감 정책을 발표하자, 시중은행들도 이에 질세라 앞다퉈 관련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모임통장, 특판금리 등 상품에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포용금융에 대해 아쉬운 평가에는 허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고서에서는 '영업초기' 인터넷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2021년부터 시행된 중·저신용자 대출확대계획에 따라 3사 중·저신용자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30.3%로 확대됐다. 정해진 비중을 지키기 위해 포용금융을 확대하면서도 연체율·건전성 관리까지 힘써왔는데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일부 지적은 수용하고 포용과 혁신 기반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비대면·디지털 기반 금융 혁신뿐 아니라 급격한 성장 속에도 포용과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소 아픈 지적들이지만 혁신과 포용을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