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의무화를 추진한다. 최근 10년 사이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의 네 배가량 오른 상황에서, 업종별 지불능력과 임금수준을 반영해 최저임금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저임금은? :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 방안 모색 간담회〉를 열고, 업종별 최저임금 시행 의무화를 담은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 발의 계획을 밝혔다.
조 의원은 개정안 추진 이유로 “단일 최저임금제가 고용 불안정과 산업 간 격차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 생계비·유사 근로자 임금·노동생산성·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고,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는 숙박·음식점·편의점업 등 자영업주 임금 지불 능력이 낮은 업종만이라도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그러나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등이 모여 매해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구조에서는 최저임금 차등화가 적용되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구분 적용이 시행된 것은 최저임금제가 처음 도입된 1988년 한 번뿐이다. 사업체 업종·규모, 근로자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 미만율이 현격하게 차이나는 만큼 이제는 구분 적용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의원은 “최저임금 제도가 국민경제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현재 단일 최저임금제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라면서 “(발의를 준비하는)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근로자 생활 안정과 노동력 향상, 국민경제 발전 등 최저임금 관련 모든 요소에 합리적으로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힘을 보탰다. 추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취약계층에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한다는 본래 의도가 무의미해졌다”면서 “업종·지역별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획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등 최저임금 수용성을 높일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 발제를 맡은 김강식 한국항공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301만1000여명, 최저임금 미만율은 13.7%였다. 2022년 최저임금 근로자 이하 근로자 비율은 1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 중 2위였다. 전 산업 평균 대비 영업이익이 현저하게 낮은 숙박·음식업은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이 37.3%에 달했다.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와 19세 이하 청소년 근로자 사이에서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김 명예교수는 “현재의 높은 최저임금 수준은 오히려 다수 취약 근로자를 보호 영역 밖으로 내모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현행법에서 시행 가능한 업종별 구분적용을 우선 실시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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