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인디계 박은빈’ 연정, 매번 기대감을 갖게 하는 싱어송라이터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지금은 너무 흔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싱어송라이터’는 여전히 음악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단어다.

문자의 뜻 그대로 자신이 직접 곡을 쓰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는 일반적인 대중가요와는 어딘가 다른 독창적이고 신선한 가사와 멜로디가 포함돼 있을 것 같다는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가 늘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고, 싱어송라이터라고 해서 반드시 개성 강한 음악만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음악팬은 취향을 저격하는 싱어송라이터를 발견했을 때의 쾌감을 잊지 못해, ‘싱어송라이터’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습관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연정도 이처럼 복권에 당첨된 기분을 선사한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이미 2022년 ‘제33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주목할 만한 신인의 등장을 알렸던 연정은 지난해 11월 발매한 EP ‘사랑을 사람으로 그린다면’에서 세련되고 깔끔한 멜로디를 들려주며 한층 성장한 감성과 송라이팅 실력을 뽐냈다.

해당 앨범은 두 타이틀곡 ‘사랑을 얻은 나는’과 ‘숨바꼭질’도 훌륭하지만, 특히 더 인상적인 부분은 수록곡에 있다. 마치 8, 90년대 메탈 밴드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머피의 법칙 (Rock ver.)’의 기타 솔로나 서정적인 분위기와 달리 묵직한 기타리프가 인상적인 ‘놀이터’ 등은 요즘 웬만한 풀 사운드 밴드에게도 느끼기 어려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에 자연스럽게 연정의 프로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아니나 다를까 본래 기타리스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했다고 한다.

이후 연정이라는 싱어송라이터에 꾸준히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던 와중, 신곡 ‘전하고 싶은 말은’의 발매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서울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연정과의 인터뷰가 성사됐고, 신곡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단 인터뷰의 이유는 신곡 ‘전하고 싶은 말은’의 발매였기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시작됐다.

신곡에 대해 연정은 “3월쯤에 곡 작업을 시작해서 한 달 만에 만들고 나온 곡이다. 당시 새로운 곡의 가이드를 보내기로 했는데, 곡이 잘 안 써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들과 만나 술을 좀 마실 일이 있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취기를 빌려 통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멜로디가 갑자기 잘 나오더라. 취기를 빌려 완성된 곡”이라며 웃었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또 싱어송라이터의 곡답게 ‘전하고 싶은 말은’은 사랑에 관한 것인지 인간관계에 대한 메시지인지 모를 의미심장한 가사도 눈에 띈다.

이에 연정은 “사실 멜로디가 밝은 느낌은 아니다. 가사도 원래 이런 내용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는데, 우연히 김창옥 교수의 강연을 봤다. 거기서 김창옥 교수가 ‘살아가면서 소중한 사람에게 모질게 말할 때가 있다’라는 말을 하더라. 그걸 듣고 ‘그렇게 모질게 말했던 사람들도 진심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생각을 메모해 뒀다가 이 곡의 멜로디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가사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사와 관련해 연정의 음악 특징 중 하나는 대중음악에서 가장 흔한 주제인 연인간의 사랑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사랑을 얻은 나는’을 비슷한 내용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연정의 ‘본인피셜’로 이는 사랑 노래가 아니었다.

“아직 내 곡에서 연인 간의 사랑 노래가 없다. 그런 내용을 써보고 싶긴 하다”라며 웃은 연정은 “만나고 헤어진 경험이 많지는 않은데, 진부한 사랑 이야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힘든 것도 지나갈 거야’와 같은 가사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사랑 노래도 써보려고 한다”라고 덧붙여 ‘연정표 사랑노래’를 예고했다.

연정의 음악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역시 기타다. 애초에 연정은 기타 전공으로 실용음악과까지 진학한 기타리스트로, 뒤늦게 보컬에 대한 재능을 깨우친 경우다.

연정은 “처음엔 드럼을 배우려고 했는데, 기타를 치는 게 멋있어 보여서 기타를 치게 됐다. 중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기타 전공으로 정하고 예술고등학교와 실용음악과까지 진학했다. 그때 학교과제로 곡을 만드는 수업이 있어서 내가 곡을 만들고 직접 불러봤는데, 생각보다 곡도 괜찮고 보컬도 괜찮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직접 곡도 쓰고 노래도 하면서 홍대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라고 재능 충만한 데뷔 계기를 밝혔다.

또 스스로는 프로의 레벨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기는 했으나, 연정은 기타 외에도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 밴드를 구성하는 악기 대부분의 연주가 가능한 음악 천재이기도 하다.

이에 원맨밴드라도 노리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억지로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기타치고 노래하기 바빠서 다른 악기에 투자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꿈은 있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며 싱어송라이터를 넘어 ‘원맨밴드 연정’을 기대케 했다.

연정이 선보일 원맨밴드가 기대되긴 하지만 이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고, 지금 당장은 ‘전하고 싶은 말은’의 활동에 집중할 때다.

현재 연정은 신곡 발매에 발맞춰 각종 라디오와 방송, 공연 등을 준비 중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출연이다.

이와 관련해 연정은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서는 건 실제로 내 오랜 꿈”이라며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서 팬을 섭렵해 오려고 한다. 내 공연을 본 모두를 팬으로 만들어서 오겠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런 각오에 어울리게 연정은 록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세트리스트와 편곡을 선보일 계획이다. 연정은 “발매된 곡 중에 센 곡이 많지 않지만, 센 곡도 있어야 할 것 같다”라고 살짝 귀띔했다.

사실 이 부분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연정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정은 “나도 기타리프가 강력한 음악을 더 좋아한다. 또 공연장에 자주 오는 분들도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데, 막상 음원사이트나 유튜브에서 보면 센 곡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이 더 많이 플레이되더라. 그래서 곡을 쓸 때마다 ‘어느 쪽에 맞춰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긴 하다”라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스스로 고민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연정은 그런 고민이 무색할 만큼 그 균형을 잘 맞춰 나가고 있다. 그 증거로 그의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은 점점 늘고 있고, 유튜브나 음원 사이트에서의 조회수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에 연정은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이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클럽에서 공연을 했는데, 지금은 더 넓은 곳에서 공연을 해도 객석이 꽉 차고 대기 줄도 생긴다. 확실히 (나를 보러오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더불어 그는 “원래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서는 게 목표였는데 이번에 이루게 됐다. 다음으로는 메인 스테이지에 서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큰 스테이지에 올라서 사람들의 ‘떼창’을 듣는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꿈이다. 언젠가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미래의 목표를 설정했다.

여담으로 연정은 ‘인디계의 박은빈’으로 불리고 있으며, 몇몇 표정과 웃는 모습은 걸그룹 엔믹스의 멤버 오해원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물론 사람들이 연정의 공연장을 찾는 첫 번째 이유는 음악이겠지만, 이런 ‘호감형 비주얼’ 역시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

이에 별명에 대해 묻자 연정도 마음에 드는 듯했다. “‘컬투쇼’에 나갔을 때 박은빈 씨와 닮았다고 해줘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감사하고 좋은 별명인 것 같다”라고 만족해하며 웃어 보였으니 말이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사실 팬들의 입장에서는 공연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아티스트와 소통하기를 바란다. 이에 많은 아티스트들은 유튜브나 SNS의 활용에 적극적이지만, 연정의 유튜브 채널은 반대로 극히 드물게 영상이 업로드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연정은 “커버곡을 올리고 브이로그를 하려고 개설한 유튜브인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라고 유튜브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만 그는 “그래도 정말로 하고 싶고 할 생각도 있다”라고 덧붙여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채널이 될 것을 약속했다.

유튜브는 잘 업로드되지 않지만, 팬을 향한 마음과 고마움은 당연히 진심이다. 연정은 “항상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늘 감사하다. 이번 싱글이 반년 만에 나오는 곡인데, 많이 좋게 들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가을쯤 발매를 목표로 새 EP를 준비 중이니 이것도 많이 기대해 주면 좋겠다. 조만간 공연으로 또 찾아뵙도록 하겠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팬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밝히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