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안동의 강점을 살린 K-인문 특성화
국립의대 신설은 공공형 통합국립대 목표와 부합
지난 11일 국립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국립경국대'로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국립대와 공립대가 통합한 최초의 사례다. 대학 내 장벽 허물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안동대는 경북도립대와 통합으로 대학 간 장벽을 허물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장벽을 허무는 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안동대는 글로컬대학30의 비전으로 'K-인문 세계중심 공공형 통합국립대'를 내세운다. 이공계 산업을 선호하는 여타 글로컬대학과 달리 안동대는 인문자산을 활용한 '인문혁명'을 강조한다. 인문학이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과 다양한 기록유산 등 전통문화 자산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정태주 안동대 총장은 “안동대 글로컬대학 모델은 다른 어떤 글로컬대학 보다 지자체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긴밀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공형 통합국립대로서의 비전을 밝혔다.
-지난해 안동대는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됐는데 소회는.
▲글로컬대학 선정을 위해 반년 넘는 시간 동안 보직자, 집필위원 교수, 교직원이 쉬지 않고 노력했다. 글로컬대학 사업 준비와 예비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권순태 전 총장께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경북도립대와의 통합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음에도 대학을 믿고 적극 성원해 준 안동대 구성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안동대는 글로컬대학30으로 새로운 미래를 향한 담대한 혁신의 새 전기를 맞이했다. 글로컬대학의 비전이자 목표인 'K-인문 세계중심 공공형 통합국립대'를 성취해 나가면서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경북거점국립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된 핵심 요인은.
▲글로컬대학 취지에 부합할 수 있는 혁신성과 독창성이 아니었을까. 안동대는 단순한 학사구조개혁을 넘는 독청적이고 혁신적인 개혁에 중점을 두면서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계획했다. 우선 대학의 특성화로 대한민국에서 전통문화가 가장 잘 보존된 경북과 안동의 강점을 살려 K-인문을 특성화 분야로 재편했다. 축소되는 인문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인문 인재를 양성하겠다.
K-컬처(Culture)의 세계화를 선도할 수 있는 한국 전통을 계승·발전하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거듭나겠다. 또 다른 축은 국립대와 공립대의 통합이다. 지역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경상북도 산하기관을 협력해 운영하는 공공형 통합국립대를 실현한다. 이런 요소들이 글로컬대학 평가에서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단독이 아닌 통합모델로 글로컬대학30에 신청한 배경은.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대학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지역이 살아야 대학이 살고,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지역과 대학의 공동 운명체 의식이 있다. 대학과 지자체, 지역사회가 공동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 안동대는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경북거점국립대로 나아가고자 지자체와 함께 경상북도 혁신역량을 결집할 구심점 역할을 자처했다. 통합대학과 경상북도가 공동 목표를 가지고 일관된 혁신방안 추진을 통해 지역상생발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통합모델 신청 배경이다.
-국립경국대로 통합을 발표했다. 대학 장벽 허물기 준비는.
▲경북도립대와 통합은 공공형 대학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통합대학 출범을 위해 양 대학 총장, 보직자, 구성원 대표를 위원으로 통합추진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대학 간 긴밀한 소통체계를 구축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양보와 협조의 과정을 거쳤다. 지역사회와 벽 허물기도 준비하고 있다. 공공형 대학으로서 경상북도 7개 교육·연구기관 통합 운영으로 지역·산업계와 융합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K-ER협업센터(K-Education & Research Cooperation Center)'를 설립했다. 지자체·대학·공공기관 협력과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대학과 공공기관 간 인력 교류, 인프라 및 상호 정보공유 등을 진행한다. 대학 내 장벽 허물기는 학사구조 개편이다. 방향은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강화하면서 창의·융합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학문 분야 통합 운영을 위해 단과대를 통합하고 광역 학부제를 함께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인문사회·IT 분야를 1개의 단과대학으로 구성한다. 인문·문화학부, 사회과학부, IT학부와 같은 광역학부제로 추진하는 것이다.
-안동대 글로컬대학 모델의 차별점은.
▲우선 안동대는 인문 자산을 바탕으로 통합대학의 대도약을 추진한다. 물론 제2 특성화 분야로 바이오산업 육성을 강조했지만 주 특성화 분야는 K-인문학 활성화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으로 지역 대학에서 인문학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안동대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K-인문 학술인재, 인문 기반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K-인문 융합인재, 인문·문화콘텐츠 산업 등에 필요한 실무형 K-인문 산업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통합대학과 학국국학진흥원, 경북연구원, 경북바이오연구원 등 7개 공공기관 주요 연구원은 안동대 교수 겸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대학과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 양성은 물론 경북 발전을 선도할 체제 구축에 앞장서게 된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인공지능(AI)시대로 전환될수록 인문학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다. 지역 대학의 인문학 위축은 심각한 상황으로 국립대는 인문학 유지와 발전을 위한 경쟁력을 강화할 책무가 있다. 안동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기록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을 갖춘 국내 최고의 전통문화 자산 보유 지역이다. 안동대 역시 인문 관련 BK21 연구사업을 수행하는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인문학 경쟁력을 갖췄다. 국내 최고의 전통 인문 자료를 가진 한국국학진흥원 등 지역 유관기관과의 통합 운영 및 협력체계도 구축됐다. 안동과 안동대가 가진 장점이 인문학을 툭성화 분야로 선정한 이유다.
-국립경국대를 통해 그리는 모습은.
▲안동캠퍼스(안동대)는 4개 단과대로 구성된 융합혁신캠퍼스, 예천캠퍼스(경북도립대)는 공공혁신캠퍼스로써 경상북도 지역 수요 기반 학과로 구성된 공공수요인재 대학으로 구성된다. 안동캠퍼스는 학과 간 벽을 허무는 융합교육체계를 구축한다. 인문·사회·IT 단과대 같은 융합단과대 구축은 대표적이다.
국립경국대에 입학하면 2개 이상의 전공을 쉽게 이수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예천캠퍼스 특화 단과대는 축산, 응급구조 등 경상북도에서 필요로 하는 전공으로 구성한다. 지역 수요 기반의 새로운 전공을 신설하고, 글로벌 한글학교 등을 설치해 지역 수요 기반 특화 캠퍼스로 발전시킬 것이다. 경북도립대를 2~4년제의 다양한 학제로 편성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현재 고등교육법상 어려운 점이 있어 4년제 일반 대학으로 통합 운영한다.
-안동대는 오랫동안 국립의대 유치를 추진해 왔는데.
▲국립의대 신설은 안동대의 희망이자 경상북도 지역 숙원사업이다. 2022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경북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4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전국 평균은 2.2명, 대구 2.6명, 서울은 3.5명이다. 상급종합병원도 전국 47개, 대구 5개인데 반해 경북은 전무하다. 대구에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 대구 쏠림 현상으로 대도시와 경북도와의 의료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비수도권, 특히 의료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건강권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역 공공의료를 담당할 의과대학을 지역국립대에 신설하고 공공의료를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학생 선발 시 해당 광역지자체의 학생 비율을 80%로 높이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전남은 국립의대 신설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확약했다. 반면, 의료 환경이 더 열악한 경북의 국립의대 신설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경상북도의 국립의대 신설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다.
-국립의대 신설 준비는.
▲의대 신설은 증원 대비 비용 및 시간이 많이 소요돼 2025년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안동대는 지역 최대 종합병원인 안동병원 및 경상북도 도립의료원과 의대 실습 및 부속병원 운영에 대한 협약을 맺고 준비한다. 법적인 문제를 일부 해결하면 의대 신설 시 증원 대비 비용 및 시간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경북 도립의료원과 협업은 공공형 통합국립대를 지향하는 안동대의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경북 국립의대 설립과 지역 공공의료 발전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대학의 위기에 대한 안동대의 대안은.
▲대학 내부적으로는 광역학부 및 단과대 통합모집, 융합인재 양성을 통한 학생 진로 확대를 통해 '학생의 삶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대학'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안동대는 경북도립대와 통합, 글로컬대학 선정을 기반으로 경북거점국립대로 거듭나 광역거점국립대 위상을 갖고자 노력한다. 글로컬대학 사업의 지원비로 학생을 위한 교육역량 및 복지 향상 지원을 강화한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려 한다. 빈부격차 없이 경북도민이면 누구나 고등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경상북도에 주소를 둔 신입생에게 등록금 면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안동시와 협력해 안동에 주소를 둔 학생에게는 매년 100만원의 학업 장려금을 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이 정책은 주소를 이전한 학생도 포함하고 있어, 외부에서 유입된 학생도 경북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한다.
-향후 글로컬대학의 방향과 포부는.
▲안동대는 경북도립대와 함께 글로컬대학을 통해 단순한 대학통합을 넘어 양 대학의 DNA를 바꾸고, 공공형 대학으로 대전환하는 도전에 나선다. 향후 국립경국대는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경북거점국립대로 성장해 있을 청사진을 그려본다. 또한 K-인문콘텐츠 발전 및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K-인문 신한류를 이끌어 나가려 한다. 경상북도를 한국의 빛으로 변화시키는 전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립대이자, 세계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K-인문 세계중심의 경북거점국립대로 대도약 할 것이다.
◆정태주 안동대 총장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무기재료공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2002년 안동대 교수로 부임했다. 안동대 기획처장, 지역혁신사업단장, 창업지원센터장, 전국 지역중심국립대 기획처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 7월부터 안동대 총장을 맡고 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