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딥러닝 시대를 넘어 전 사회 분야에서 자동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텍스트만으로 멋진 영상을 제작해주는 기술은 문화콘텐츠뿐만 아니라 교육, 마케팅,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초거대AI의 기술을 학계에서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아이디어와 기술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번역은 옛말이 됐고, 논문 문장 완성, 초록 작성, 선행연구를 학습해 이론적 배경까지 작성해주는 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학술 연구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가 되어가는 시대다.
학술연구에서 핵심은 실증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연구자가 설정한 연구주제와 가설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계적인 검정을 통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최근 연구의 흐름이다. 기존에는 SPSS, STATA, R 등의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논문의 양식에 맞게 편집 및 해석을 달았으나, 최근 들어 챗GPT를 이용해 통계분석을 수행할 수도 있고, 더욱 자동화된 도구로 분석→편집→해석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계에서는 이러한 자동화의 바람을 거부하는 태도가 존재한다. 배우는 학생이라면 좀 더 힘들게, 수작업으로 노력하면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과연 이러한 태도가 학생, 교수, 그리고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 바람직한 것인가이다. 물론 연구자가 자세하게 분석방법을 체화하려면 이러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연구의 목적은 '사회적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어떤 연구를 기획해야 하는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더욱 가치를 두어야 한다.
보통 학술논문 통계를 연구하는 학생은 최소 3개월에서 1년까지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여러 가지 분석을 수행하고 수정 및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분석 자체보다는 분석된 결과를 표의 양식에 맞게 수정하고, 또 통계적으로 표준화된 해석을 변경하는 단순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과연 이러한 과정이 연구의 본질에 도움이 될 것인가?
AI와 AI기술은 최근 10여년 동안 급격하게 변화해왔다. 몇 년 전보다 최근에는 더욱 많은 분야에서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고 학술연구와 교육에도 이러한 급변하는 장면이 보여지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도 AI교과서로 학습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에서 학술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에서 여전히 전통적인 방법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언제든 빠르게 학술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보다 논문의 기여도와 활용도에 더 큰 가치를 둔다면 단순한 작업들, 자동화할 수 있는 것들은 과감히 열어 놓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좋은 도구들을 활용해 시간을 절약한다면 '좋은 연구 주제'와 '결과의 사회적 적용 및 활용'에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SPSS, STATA, R을 클릭하고 표 편집하고 획일화된 해석을 배우고 익히면서 귀한 시간을 낭비하거나, 분석을 몰라 분석 업체에 비용을 주면서 별도의 학습 비용을 낭비하는 일은 줄어들어야 한다. 자동화는 단순작업으로 인해 남는 잉여의 시간을 얼마나 더 가치 있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결국 AI의 자동화에 따른 가치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김원표 와이즈인컴퍼니 대표 wise@wisein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