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기술 혁신과 시장 혁신의 균형

김동영 메이사플래닛 대표.
김동영 메이사플래닛 대표.

혁신의 사전적 정의는 '묵은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함'이다. 스타트업이 혁신해야 할 묵은 것들은 기술, 시장, 고객의 문제 등 다양하다. 혁신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서 떼놓을 수 없는 단어다.

특정 분야에 고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에 혁신은 주로 기술 혁신으로 대변되어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많은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준비가 거의 완료된 상태에서 설립돼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조직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제창하는 DNA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술 혁신이 반드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방법 중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이 고객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보장은 없다.

기술 혁신을 통한 해자가 중요한 딥테크 스타트업이라도 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숙명을 거부할 수 없다. 기술 DNA를 바탕으로 기술 혁신에서부터 시장으로 도달하는 한 방향의 접근만을 고집했을 때 그 아집의 결과물이 시장에 존재하는 고객의 문제를 푸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아무리 훌륭한 기술도 선택받을 수 없을 것이다.

딥테크 스타트업에도 상황에 따라 '문제를 겪고 있는 고객이 존재하는 충분한 크기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시장 혁신에서 출발하여 기술 개발로 나아가는 반대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 고객의 문제를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기술 혁신과 지불 의사가 있는 고객이 충분히 존재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시장 혁신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메이사플래닛은 AI 분석 및 3D 모델링 기술을 기반으로 원격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딥테크 스타트업이다. 위성, 항공, 드론 등 원격 모니터링을 위한 다양한 도구 중 가장 시공간적 제약이 적은 궁극의 도구는 위성이기 때문에 사업 초기 우리는 위성영상 AI 분석 기술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술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위성영상만을 이용해 분석을 하고자 하는 요구사항을 가진 고객이 충분히 존재하는 시장은 아직 형성되고 있는 단계다. 이러한 시장의 상황을 무시하고 위성영상 분석 기술 혁신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는 시장에서 꽃피우지 못한 채 사라질 것이다.

현재 메이사플래닛은 위성영상 분석에만 국한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시장의 성숙도가 높은 드론 등 다양한 공간 정보를 융합해 풀 수 있는 문제를 가진 고객을 발굴하는 시장 혁신에서 출발해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시장의 성장 속도와 발맞춰 나아가고 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균형의 추가 반대로 기운다면 우리는 다시 위성영상 분석 기술 혁신에서 출발해 고객에게 나아가는 방향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 속 기술 혁신과 시장의 혁신의 균형을 맞춰가며 스타트업의 진정한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나가는 과정이 스타트업의 즐거움 아닐까 싶다.

김동영 메이사플래닛 대표 dykim@meissapla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