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동시에 반도체 수출의 계속된 부진으로 대중국 경상수지는 적자 폭을 더욱 키웠다. 역대 최악 적자를 재차 경신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과 중국의 성장 격차 확대 등으로 당분간 미국에 치우친 경상수지 흑자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3년 지역별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는 912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의 689억7000만달러에 비해 흑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역대 최대 대미 흑자 규모를 1년만에 재차 경신했다. 승용차의 수출 증가와 원자재 수입 감소로 인해 상품수지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동남아 지역에 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감소했다. 반도체, 석유제품, 화공품 등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흑자 폭이 줄었다. 지난해 대 동남아 경상수지 흑자는 516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대중 적자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는 30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1년만에 대중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한 이후 적자 폭을 더욱 키웠다. 2022년 대중 적자 규모는 84억5000만달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 수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대 일본 경상수지 적자 폭은 소폭 감소했다. 내국인의 일본여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늘었지만, 화공품이나 정밀기기 등의 수입이 줄면서 상품수지 적자 폭을 줄인 영향이다.
대EU 경상수지 흑자는 63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 폭이 늘었다. 대 중동 경상수지 적자는 737만4000만달러를 기록 적자 폭이 줄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원유 등 원자재 수입 감소가 주된 영향을 줬다.
금융계정은 직접투자의 경우 자산과 부채가 모두 감소했다. 미국에 대한 자산 직접투자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지역 모두 증가 폭이 줄었다. 중국의 경우 자산·부채 직접투자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중 수출이 감소하고 대미 수출이 커지는 이유로는 미국과 중국간 성장 격차가 커진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영향도 있는 만큼 고착화까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영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