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회사 시가총액을 25조달러(약 3경4532조원)까지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외신 인터뷰에서 “향후 2~3년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격한 기술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과 발전에 대한 지도 의견'을 발표하며 오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화두다.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기술은 1970년대 일본에서 등장했는데,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로봇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휴머노이드는 인간 외형을 모방한 로봇으로 머리, 몸통, 팔, 다리 등 인간의 신체적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휴머노이드가 그간 주목받았던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두 발로 걷고 팔을 쓰는 인간에게 맞춰 설계되고 구축됐기 때문에 다른 로봇보다 효용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물내 이동형 로봇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맞춰 설계된 건물을 로봇 친화적 건물로 재설계해야 하는데, 휴머노이드의 경우 사람 친화적 빌딩에서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 사람과 같은 형태여서 다른 로봇과 달리 음성, 신체 언어, 표정 등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언어 이외에도 제스처와 표정 등으로 대화를 하듯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골드만삭스는 2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35년에 380억달러(52조478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로봇에 탑재되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로봇에게 작업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제어하지 않아도 휴머노이드가 자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고, 로봇 부품 단가 인하 등으로 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35년에 거의 모든 산업에 휴머노이드가 활용되면서 연간 116만대가 생산되고 위험 작업에 대한 노동 대체율을 5~15%로 가정할 경우 사용량은 잠재적으로 110만대에서 3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휴머노이드 기술 변화가 과거와 다른 부분은 AI와의 본격적인 융합이다. 최초로 두 발로 걷는 모습을 보여줬던 일본 와세다대의 'Wabot-1'에 이어 혼다의 '아시모'까지 과거의 휴머노이드는 걷고 뛰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술 연구의 초점은 안정된 이동(Locomotion)에 있었다. 로봇 두뇌에 해당되는 AI 연구보다는 동역학 및 제어시스템 연구가 중심이었다.
최근 휴머노이드 연구 경향 특징은 AI 융합을 통해 엔지니어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율적인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피규어 AI는 오픈AI와 함께 엔지니어의 프로그래밍 없이 사람과 음성으로 대화하면서 사람이 내린 명령을 주어진 환경에 맞춰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선보였다. 사람이 물어보면 휴머노이드는 테이블에 무엇이 보이는지 말하기도 하고 먹을 것을 달라는 음성 명령에 테이블에 놓인 것들 중에서 로봇이 판단해서 사과를 집어 건네준다. 로봇에게 사과를 왜 주었는지 물어보면 '테이블에 있는 것들 중에서 유일한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챗GPT가 언어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듯 로봇은 본인이 수행했던 작업을 기억하고 본인의 작업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테슬라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는 사람의 명령을 받으면 엔지니어의 개입 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자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옵티머스는 카메라를 통해 얻은 시각정보를 기반으로 환경 및 사물을 인식하고 작업까지 수행하며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AI 기술로 작동하는 '엔드투엔드 AI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제 휴머노이드는 대형언어모델(LLM)을 통해 사람의 음성과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외부 환경에 대해 텍스트만이 아닌 이미지, 영상, 음성 등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대형멀티모달 모델(LMM)을 통해 사람처럼 눈과 귀를 달았으며 대규모 행동모델(LAM)로 인간과 유사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휴머노이드 연구의 두 번째 변화는 연구개발용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제조업용 로봇으로의 목적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최근 전기차 생산 공장에 휴머노이드 2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올해 말에 휴머노이드를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었는 데, 계획이 반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테슬라는 내년에 휴머노이드 1000대 이상을 자동차 조립 라인에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BMW는 올해 초에 스타트업 피규어의 휴머노이드를 미국 공장에 배치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로봇이 성능 목표를 충족시킬 경우 확대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유비테크는 2월 전기차 제조 조립 라인에 휴머노이드 워커에스를 시범적으로 투입하고, 최근에는 다른 자동차 회사에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 자리에 고정돼 일부 한정적인 단순 반복 작업에 투입되던 전통적인 제조업용 로봇이 두 다리로 움직이면서 다양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노동자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휴머노이드가 가진 한계도 분명히 있다. 두 발로 걷는 이족 보행이 경제성 측면에서 효용성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고, 공장에 투입하고 있는 휴머노이드가 배터리 소모 문제로 짧은 노동 시간을 가진다는 게 큰 단점이다. 현재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도 작업 현장을 비공개하는 실증 단계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작업하는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테슬라가 휴머노이드를 양산해 2만달러, 3000만원 미만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단가가 매우 높아 현실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한계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는 AI 융합을 통해 더욱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휴머노이드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우리의 사회 구조와 일상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혁신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휴머노이드의 일상화를 위해서는 아직 여러 가지 도전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기술은 전후방 산업에 대한 파생효과가 크고 사회적·문화적 가치가 높다. 현재 로봇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들이 많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기술 및 잠재력을 계속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재환 한국로봇산업협회 상임이사 jhkim@korearobot.or.kr
〈필자〉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국제대학원 정치학 석사를 취득했다. 토코코리아 기획실장과 와이즈박스텔레콤 본부장으로 근무했으며 한국로봇산협회로 옮겨 본부장 직책을 수행했다. 올해부터는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로봇 분야 국내외 대외협력과 로봇기업 지원 등으로 로봇업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