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은행장들을 만나 “실적주의와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다”며 직접 비판했다. 또 은행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감독체계 마련 계획을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국내은행 20곳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직원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직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지적을 받은 홍콩 H지수 ELS 사태와 올해들어 연달아 발생한 은행 내부 횡령·배임 문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 원장은 “최근 몇년간 은행권에서 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 H지수 ELS 등의 불완전판매가 잇달아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 도덕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는 은행산업 평판과 신뢰 저하뿐 아니라 영업·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준법·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행위·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해외 금융감독당국 조직문화 감독 사례를 검토 중이다. 금융사 조직문화를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영국·호주·네덜란드·캐나다·싱가포르·홍콩 등 해외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원장은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근본적으로 은행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면서 “은행 조직문화 변화에 따라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위험이 줄어든다면 자본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에 있어 감독상 유인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