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홈쇼핑 업계가 방송 매출 70%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 방송으로 1만원을 판매하면 7000원 이상을 수수료로 지불했다는 의미다.
TV 시청 인구 감소 등으로 방송 매출이 줄고 있지만 수수료는 해마다 늘어 홈쇼핑 업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도 난항이 예상돼 업계 위기감이 높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홈쇼핑 12개사(TV홈쇼핑 7개·데이터홈쇼핑 5개)가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4561억원이다. 전년 대비 1.9%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다.
반면 홈쇼핑 방송 사업 매출은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홈쇼핑 12개사 방송 사업 매출은 3조49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지난 2016년 이후 최저다. 전체 12개사 중 10개사가 방송 매출이 줄었다.
홈쇼핑 12개사 방송사업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3%에 달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 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수수료만 늘어나면서 송출수수료 비중은 10년 새 40%포인트(P)가 늘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가장 많이 챙긴 곳은 IPTV 사업자로 지난해에만 1조5404억원을 받았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7318억원, 위성 1772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IPTV·SO·위성 모두 방송사업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매출액 비중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홈쇼핑 수익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홈쇼핑 12개사 영업이익은 4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0% 감소했다. 최근 10년 사이 최저치이며 가장 큰 감소폭이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송출수수료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V 시청 인구 감소, e커머스 등 경쟁 유통 채널의 성장, 과도한 재승인 규제 등으로 홈쇼핑 산업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송출수수료 인상까지 더해져 홈쇼핑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될 경우 유료 방송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유료방송 업계는 자율적인 협상으로 송출수수료가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청 인구, 방송 연계 매출 등 주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수료를 결정하는 만큼 시장의 자율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올해 송출 수수료 협상 또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전년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송출 중단까지 거론됐던 지난해와 같이 양 측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방송 산업 전반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송출수수료 협상도 양 측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라며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