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이 숨어든 몬테네그로, 총리가 초기 투자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설립자 겸 대표. 사진=EPA 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설립자 겸 대표. 사진=EPA 연합뉴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수십조에 달하는 피해를 낳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현재 구금된 몬테네그로의 총리와 유착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초기 투자자 목록에서 몬테네그로 현 총리인 밀로이코 스파이치의 이름이 나오면서다.

몬테네그로 일간 비예스티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테라폼랩스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에 대한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권 씨는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3월부터 몬테네그로에 구금됐다. 당시 그는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으나, 한국과 미국 모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면서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몬테네그로에 계속 머무르게 됐다.

테라폼랩스 초기 투자자 목록. 사진=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비제스티 캡처
테라폼랩스 초기 투자자 목록. 사진=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비제스티 캡처

형사 재판과 별개로 SEC는 그에게 민사 소송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2018년 4월 테라폼랩스가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뒤부터 2021년 여름까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총 81명의 초기 투자자들의 이름도 밝혀졌다.

스파이치 총리의 이름은 SEC의 엑셀표 16번에 등장한다. 그는 개인 자격으로 75만 개의 루나 코인을 1개당 10센트(약 138원)에 구매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스파이치 총리는 테라폼랩스와 연관됐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다만 그는 당시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인 싱가포르 펀드 회사 다스 캐피털 에스지(SG)가 테라에 7만 5000달러를 투자했다가 사기당했다고 주장했는데, 주장과 달리 자료에는 개인 투자로만 명시된 것이다.

그는 1개당 10센트에 구매한 루나 코인은 4년 뒤인 2022년 4월 1개당 119달러로 가치가 치솟았다. 이후 며칠 만에 루나코인은 휴지조각이 됐지만 만약 그가 폭락 전 코인을 판매했다면 엄청난 이익을 냈을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주변 인물들은 스파이치 총리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막대한 돈을 잃었다고 토로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가 당시 얼마나 보유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비제스티는 “스파이치 총리가 만약 코인을 팔았다면 양도소득세를 냈어야 하고 코인을 소유하고 있었더라도 이런 사실을 부패 방지국에 신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파이치 총리는 2020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몬테네그로 재무·사회복지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관련 세금을 내거나 루나 코인 보유 사실을 정부 관계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다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