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8년 전인 2016년 3월 이세돌과 AI의 바둑 대결에서 예상을 깨고 AI가 4승1패로 승리했다. 그때 우리 모두 엄청 충격을 받았다. 바둑에서 인간이 AI를 한판이라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현재는 인간이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이세돌은 2019년 11월 바둑계를 은퇴했다.
2022년 11월 챗GPT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는 AI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식시장을 비롯해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챗GPT 활용에 대한 경험담과 방법이 넘쳐나고 있다. 챗GPT의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 마다 향상된 성능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러면 AI가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까. 이분야 전문가들은 AI가 인간 지능 수준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20년 후인 2045년 쯤으로 예측했으나 현재 추세로 발전한다면 10년 이내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러니까 10년 후 인류 사회는 엄청나게 변화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변화에 대해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먼저 일자리를 보자. AI가 일자리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칠 분야는 현재 수입이 제일 높아 우리 사회가 제일 선호하고 있는 '사'자로 끝나는 회계사, 변호사, 판·검사, 의사 등 화이트칼러 직종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의사 숫자를 늘리기 위해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놓고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내년에 입학하면 12년 후에나 전문의가 되는데 그때 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저출산으로 향후 생산인력이 부족해지므로 아이 한 명 출산에 1억원을 줘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그러나 이 아이가 커서 일을 하는 20~30년 후 인간이 생산 활동에 얼마나 참여할까. 제러미 리프킨은 이미 오래 전에 노동의 종말을 예언했다.
또 지난 5월 20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교통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운전면허 자격을 제한하려다 고령자들의 반발이 심하니까 하루만에 정책 방향을 슬쩍 바꾸었다. 테슬라는 지금 완전자율주행(FSD) 자동차를 출시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 중국 정부와도 협의하고 있다. FSD가 도입되면 교통사고율이 급감해 보험회사의 수익구조가 악화될 염려가 있다는 우려가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제기되었는데 보험업에 큰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는 워렌 버핏은 수익이 줄더라도 인류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곧 벌어질 것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의 초거대 기업은 AI 개발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이다. 그런데 일부 보고서에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이 미국, 중국 다음 3등 혹은 5등이라고 만족해하고 있다. 미국의 초거대 기업이 휩쓸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AI시대를 맞아 제일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가 바로 교육개혁이다. 챗GPT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밤새도록 열심히 암기해 5지선다형 정답 찍기에 열중하고 있는 우리 교육 현장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암담한 생각이 든다. 정답 없는 창의적 교육이 가능하도록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두손 놓고 있다.
AI시대에 우리가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분야의 발굴도 매우 중요하다. AI의 궁극적인 완성은 로봇과의 완전한 결합에 있다. 챗GPT는 두뇌에 해당하는데 몸체인 로봇에 이식되어야 완성된다. 로봇기술은 발전 속도가 챗GPT보다는 다소 느리고, 대규모 투자로만 해결되지는 않고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이런 분야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AI시대가 본격화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앞으로 10여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본격화될 AI시대를 대비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임주환 한국통신학회 명예회장 chuhwany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