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에 나선 가운데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가능성이 대두됐다. SK측은 '확정된 바 없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업계에선 화석연료 기반의 사업 특성상 양사간 사업 구조 재편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 20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양사 합병은 SK그룹이 리밸런싱 작업에 돌입한 이후 가능성 수준으로 언급되다 이날 한 언론매체를 통해 수면위로 부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전면 부인하진 않았다. 이번 공시로 최소, 양 사의 합병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확인됐다. 합병시 자산규모 100조원 이상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탄생한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합병을 포함한 양사 간 사업 재조정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중간지주사로 정유·화학·배터리·소재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 E&S는 수소, 재생에너지, 천연가스(LNG) 등 사업을 전개하는 에너지 계열사로 전신이 SK이노베이션이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E&S는 석유, LNG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주축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면서 “수소 등 미래 사업과 기존 화석연료를 주축으로 하는 단일 기업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라고 말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SK온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런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SK E&S의 부회장도 겸하고 있는 최 부회장에게 SK이노베이션 수장을 맡긴 것이 양사 통합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 부회장이 정유·화학·친환경 에너지 사업 간 시너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2차전지 사업 자회사인 SK온의 재무 건전성 회복에 역량을 집중하는 구도는 이미 조성됐다는 분석이 따른다.
SK E&S는 그룹 내에서도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비상장사지만 매년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합병이 SK온을 지원할 실탄 마련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온은 올해 약 7조원의 시설투자를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화석연료에서 미래 에너지로 사업 구조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사의 리밸런싱, 합종연횡은 굉장히 설득력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장기 적자 등 관리가 되지 않은 계열사를 정리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계열사는 219곳으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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