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연쇄 노동조합(노조) 설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CU에 이어 세븐일레븐도 노조를 조직하려는 물밑작업이 시작됐다. 고물가 등 불경기가 지속되며 직원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노조 설립 소식이 편의점 업계의 노조 만들기 불을 붙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직원들은 노조 설립을 위해 카카오톡 비공개 익명 대화방(오픈카톡방)을 개설했다. 해당 카톡방에는 지난 20일 기준 30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앞서 CU도 노조를 조직하기 위해 사전에 오픈카톡방을 개설해 직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지난 12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정식 출범했다. 김복진 민주노총 BGF리테일지부장은 “BGF리테일 노조 설립은 지난해 역대 최대의 실적을 냈음에도 직원 성과급을 줄이는 가운데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직원 불만이 쌓인 결과”라고 말했다.
BGF리테일에 이어 코리아세븐 직원들도 노조 설립 의지를 모으고 있는 만큼 편의점 업계에 노조 설립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분위기다.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BGF리테일이 노조를 설립한 점이 다른 편의점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업계 특성상 영업직군이 많아 규합이 어려웠던 편의점에서 노조 조직 움직임이 확산하는 것은 이들의 고용불안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 등 불경기로 업계 전반에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고,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LG에너지솔루션 노조 트럭시위 등 사회 전반에 노조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때 BGF리테일이 편의점 업계 처음으로 노조 설립 스타트를 끊은 것이 불을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조 설립 확산 움직임이 이미 포화 상태라고 평가받는 국내 편의점 산업의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편의점 업계에서 주된 문제는 편의점과 점주 간 갈등이었다. 이제 편의점 사측과 직원 갈등으로까지 확장하면서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앞서 유통업계에서 CJ대한통운·하이트진로·SPC 등은 수년간 노조와의 갈등으로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최근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코리아세븐에 노조가 조직되면 경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효과가 확실하게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경영 시너지를 위해서는 한목소리로 움직이는 기민함이 필요한데 노조의 결성은 경영상 어려움을 배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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