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투자자 요구를 받아들여 복잡한 주문처리 과정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IT인프라 구축 여부가 결국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시장간 자동 주문이동 등과 같이 얼마나 다양한 부가기능을 제공하는지 여부와 주문 체결 속도 등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입니다.”
유종훈 넥스트레이드 전무는 내년 3월 출범할 복수 증권시장 체제가 수년간 고착된 위탁매매시장 시장점유율을 뒤바꿀 절호의 기회라고 관측하며 이처럼 전망했다. 유 전무는 내년 출범을 앞둔 대체거래소(ATS) IT인프라 구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복수시장 체제의 핵심 IT 기반인 SOR(스마트오더라우팅)솔루션 역시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된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 발표에 따라 복수시장 체계 도입 이전 각 증권사는 빠르게 SOR솔루션 구축을 마무리해야 한다.
SOR은 증권사가 최선집행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자동화된 주문처리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SOR에서는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 각 시장별 시세정보와 거래 데이터 등을 분석해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집행해 준다.
유 전무는 “처음 복수시장이 도입된다는 소식에 증권사들은 개별적으로 해외에서 SOR솔루션 도입을 검토했지만 가격이나 스펙, 한국의 시장 특성이나 거래 방식에 비춰볼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넥스트레이드에서 직접 SOR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증권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솔루션인 만큼 초기 도입비용도 실제 개발비 수준에서 낮게 책정해 많은 증권사들이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SOR은 국내 자본시장에 처음 도입되는 솔루션이다. 단일시장 체제에서는 굳이 두 개 시장에 주문을 넣을 이유가 없던 만큼 별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나의 주문을 두 개 시장으로 나눠 보내야 하는 등 주문처리 과정도 복잡해진다. 자연스레 증권사 원장을 관리하는 서버에도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다.
유 전무는 “NXT 매칭엔진 시스템은 초당 주문처리 건수가 4만건 수준이면서도 주문잔량 관리 등 기존 원장 기능을 분담하고 있어 기존 서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빠른 처리속도와 원장과 분리된 독립형 솔루션의 손쉬운 기능 확장 가능성을 NXT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복수시장 도입 초기 1년 안팎이 증권사들이 향후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을 크게 흔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아직 시장에는 복수시장 도입에 따른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알고리즘이 더 높은 매매체결율을 가져다 줄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복수시장이 정착한 해외 시장에서는 시장별로 서로 다른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차익거래 시장 역시 크게 성행하고 있다. 복수시장 조성 초기에 인프라를 구축해 빠르게 데이터를 확보하고 차별화된 알고리즘을 선보이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특정 시장 주문을 자동으로 전환해주는 리밸런싱 등 부가기능에 대한 요구 역시 시장 성숙도에 따라 하나하나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게 유 전무의 시각이다.
유 전무는 “복수거래 시장이 성숙된 국가의 경우에는 SOR이 미니원장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주문 리밸런싱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SOR 주도형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앞으로의 증권사 브로커리지 경쟁력은 SOR의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지 여부가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