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파스도 도화지도 없는 그림대회. '제1회 어린이 인공지능(AI) 그림대회'가 지난 5월 25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의 AI 사생대회로 생성형AI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대홍기획이 롯데의료재단, 롯데문화재단과 함께 개최한 행사였다.
그리고 싶은 그림이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프롬프트로 입력하면 AI가 대신 그린다. 이미지 생성 기술을 보다 가치있게 쓰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들은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었다.
제1회 어린이 AI 그림대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참가 어린이는 보바스어린이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만 3세에서 11세까지의 환아들을 대상으로 했다. 참가 어린이들 대부분은 뇌병변을 앓고 있으며, 신체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소근육 발달이 더디다. 그래서 또래의 아이들처럼 도구를 활용한 그림그리기에 어려움이 많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꾸준히 다니지 못해 미술활동의 경험이 적었다. 이런 아이들이 모여 '나의 꿈, 나의 미래'라는 주제로 AI 그림을 그렸다.
그림그리기에는 사용자의 개입이 쉽고 수정이 용이한 이미지 생성형 AI '미드저니'를 활용했다. 사전에 참여 아이들과 동일한 연령대의 아이가 그린 그림들을 크레파스, 색연필, 수채화물감 등 그림 도구 별로 사전 학습시켰다.
또한 프롬프트에 대한 이해가 적은 아이들을 위해 꿈을 직접 이야기하면 음성인식과 번역기능을 활용해 바로 문장으로 생성되게 했다. 이를 프롬프트로 입력하면 미드저니가 아이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생성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문을 보면 사자를 타고 다니는 경찰관부터 닭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 양계장 주인까지, 아이들의 꿈은 다양하고 모두 기발했다. 만들어진 그림을 원하는 형태로 바꿔 보며, 그려진 결과물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아이들은 미래의 내 모습이 그림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 했다.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지만, 창작의 기쁨과 결과물의 감상이라는 점에선 이 또한 즐거운 미술활동이라는 점을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수상한 15점의 작품은 롯데뮤지엄 전시를 통해 참여 아동뿐만 아니라 관람객에게도 AI 미술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아이들이 자라듯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 기술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개최한 했던 행사였지만, AI의 가능성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단순히 흥미로운 AI가 누군가에겐 귀찮은 일을 줄여주는 유용한 툴일 수 있고, 나아가 누군가에겐 생존에 꼭 필요한 도구일 수도 있는 것처럼, 생성형AI는 어떤 휴먼과 결합하고 어떤 수요를 해결해주느냐에 땨라 그 가능성이 무한히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AI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면, 이제 'AI로 〈누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차례다. 내년 어린이 AI 그림대회에선 또 다른 아이들과 더 발전한 기술로 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 볼 예정이다.
김수진 대홍기획 상무 wayjinn@daehong.co.kr